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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당원이 바꾸는 정치, 진짜 민주당의 변화”…박지원, 민주당 첫 평당원 최고위원의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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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당원이 바꾸는 정치, 진짜 민주당의 변화”…박지원, 민주당 첫 평당원 최고위원의 한 달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평당원 최고위원

지방의 한 변호사가 ‘정치의 중심’ 여의도에 발을 내디뎠다. 거대 정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들어선 그는 조직도, 계파도 아닌 ‘평당원’의 이름으로 선택받았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38·전주시체육회장·변호사)은 민주당 역사상 첫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정치는 “권력의 언어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걸어가는 생활의 언어”다.


출마 선언 한 달, 당선 후 한 달. 짧지만 굵은 시간이었다.

지난 9월 10일, 평당원 직접선거를 통해 중앙정치 무대에 선 그는 서울과 전북을 오가며 “당심과 민심을 잇는 정당”이라는 초심을 실천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10일 박 최고위원을 만나, 민주당 혁신의 실험이자 풀뿌리 정치의 상징으로 떠오른 그의 첫 한 달 정치 여정을 들어봤다.

▲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1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레시안


◇ “평당원 최고위원, 민주당 변화의 시작입니다”

프레시안: 첫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박지원 최고위원(이하 박지원): 하루하루가 배우는 시간입니다. 여의도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나 고위전략회의에 참여하면서 당 차원의 정세 분석이나 전략적 대응 기조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지역으로 내려와 당원들과 만남을 이어갑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도부에 전달하거나, 공개회의 발언 내용을 준비하면서 중앙과 지역의 온도 차이를 실감합니다. 서울에서는 대의와 전략이 강조되지만, 지역에서는 생활과 생존이 곧 정치입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평당원’의 이름으로 지도부 안에서 발언하는 건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정당의 혁신은 결국 현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원이 느끼는 문제의식이 지도부 결정 과정으로 직접 올라가야 민주당이 진짜로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프레시안: 평당원 최고위원제 자체가 민주당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박지원: 저는 이 제도가 민주당의 체질을 바꾸는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정당 민주주의는 ‘참여의 구조’를 얼마나 넓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역과 중앙, 당원과 지도부, 현장과 여의도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려는 시도가 바로 핵심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의 의사결정은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그리고 중앙조직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틈을 평당원이 직접 진입할 수 있는 문으로 열어준 것이죠. 단순히 한 명의 최고위원을 뽑은 것이 아니라, ‘당원도 지도부가 될 수 있다’는 민주적 신호를 보낸 겁니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당대표가 박지원 평당원 최고위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장의 정치, 생활의 언어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프레시안: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향 전주로 내려온 선택이 인상적입니다.

박지원: 당시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하려면 수도권에서 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죠. 법조계에서도 그랬지만, 정치에 들어오니 이 현상은 더 뚜렷하더군요.

서울에서 변호사를 할까 고민하던 시절에는 막연히 “대형 로펌에서 기업법무를 맡고 안정된 생활을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 제 안의 부족함이 영영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삶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대형 로펌 대신 20대에 제 이름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지역의 ‘자영업자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전주로 내려와 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지자체, 시민단체, 체육회까지 모두 ‘정치의 현장’이었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순간마다 설득과 타협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정치는 국회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서도 작동한다는 걸요. 저는 그 속에서 ‘생활정치’의 기본을 배웠습니다.

프레시안: 전국 최연소 전주시체육회장 경험도 정치적 자산이 됐을 것 같습니다.

박지원: 그렇습니다. 체육회는 시스템보다 사람의 신뢰와 관계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동호인들의 민원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참고, 품어주는 일’의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기성세대의 자부심을 존중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변화를 함께 안아야 했습니다. 그 두 세대를 연결하며 혁신의 방향을 만드는 일이 제 역할이었죠. 그 과정에서 얻은 책임감과 경험이 지금의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 “평당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합니다”

프레시안: 여러 혁신 구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금 추진 상황은 어떤가요?

박지원: 지금은 지도부 구성원들과 신뢰를 쌓으며 분위기를 익히는 단계입니다. 제 개인 구상뿐 아니라,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당원들이 제시했던 의견도 함께 반영하려 합니다.

저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당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편입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지도부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른 후보님들 중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강화를 강조하신 분들이 많았고, 저는 두 방향을 병행하려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축이 함께 작동해야 진짜 ‘당원 중심 정당’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은 개선 과제가 많습니다. 중앙당 홈페이지, ‘블루웨이브’, ‘민주응답센터’ 등이 지나치게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디지털전략실과 미팅을 갖고, 설문조사를 통해 개선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홈페이지 리뉴얼과 플랫폼 개편을 검토 중이고, 단기적으로는 예산 반영과 TF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개선되면 당원 의견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겁니다. 나아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심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구축해, 민심이 곧 데이터가 되고 정치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프레시안: 오프라인에서 추진 중인 ‘경청투어’ 구상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박지원: 전북과 여의도에서 수시로 당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공개 최고위원회의 첫 모두발언 때 말씀드린 것처럼, 원내 최고위원들께서는 의사일정과 지역구 관리로 바쁘기 때문에 저는 원외 최고위원으로서 기동성 있게 당원들을 찾아가려 합니다.

9월에는 경북 안동을 다녀왔고, 10월에는 부산·대전·강원 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존 인연을 중심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 대만의 ‘오드리 탕’ 사례를 들었습니다. 일정과 회의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해 ‘열린 공론장’을 만든 방식이 인상 깊었죠. 저도 비슷한 구조를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원을 배달합니다’라는 이름으로 직접 당원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일명 ‘배달지원 서비스’입니다(웃음). SNS와 명함에 QR코드를 넣어 누구나 제 공개 일정을 볼 수 있게 했고, 면담 후에는 요약본을 캘린더에 기록해두고 있습니다. 당원이 신청하면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최고위원회의에 전달합니다.

정치는 실험과 피드백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실험의 주체가 당원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라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 저는 ‘당원 주권의 현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16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북특별자치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북도


◇ “공천은 시민의 손으로, 그게 신뢰의 시작입니다”

프레시안: 공천개혁은 민주당의 최대 과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지원: 공천은 정당의 얼굴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이 절차가 불투명하면 정당 전체가 신뢰를 잃습니다.

저는 2026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일부 지역부터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시범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천심사에 당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참여해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윤리성 등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처럼 경력 몇 가지를 듣고 ARS 여론조사나 당원 투표로 후보를 정하는 방식만으로는 자질과 도덕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누가 결정하느냐’보다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공천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정당이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청년이나 여성 등 새로운 세대의 진입 장벽도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지원: 맞습니다. 기득권 구조가 여전히 단단해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혁신하려면 공천의 문턱을 낮추는 게 우선입니다.

세대·성별·직능의 다양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당의 뿌리가 젊고 유연해야 새로운 지지층이 생깁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다양성’은 민주당이 지켜야 할 정치적 책무이자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공천개혁은 그 출발점일 뿐입니다.



◇ “당심과 민심을 잇는 역할이 제 일입니다”

프레시안: 최고위원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박지원: 저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도부의 결정이 현장으로 내려가고, 현장의 피드백이 다시 지도부로 올라오는 구조 말입니다. 이 순환이 멈추면 민주당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 어디든 당원들이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직접 찾아가려 합니다. 여의도와 물리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먼 곳에 계신 당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안서를 받아 회의에 전달합니다. 필요하면 당 사무처와 논의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게 바로 평당원 최고위원의 존재 이유라고 믿습니다. 당심이 곧 민심으로 이어지고, 민심이 다시 당심으로 돌아오는 구조, 그 연결 고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민주당이 살아 있는 정당이 될 수 있습니다.



◇ “전북의 정치, 이제는 스스로 해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전북 출신 정치인으로서 지역 문제에 대한 고민도 크실 것 같습니다.

박지원: 그렇습니다. 전북은 정치·경제적으로 오랫동안 ‘삼중소외’의 구조에 놓여 있었습니다. 기회의 통로가 좁고, 산업 기반이 약합니다. 그래서 중앙정치 속에서 전북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북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계시지만, 결국 지역이 스스로 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된 지역이 되어야 합니다. 도움을 기다리는 전북이 아니라, 스스로 해법을 제시하는 전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도 도민들께서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를 많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북의 몫’을 따내기 위한 정치보다 ‘국가 균형성장 속의 전북 발전’을 고민하고 싶습니다. 전북의 발전은 곧 대한민국의 균형발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으로 일합니다. “전북이라서 맡았다”가 아니라 “맡겨보니 잘하던데, 알고 보니 전북 출신이더라.” 이 말을 듣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것이 전북 정치의 진짜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맡아서 잘하길래 알아보니 전북 출신이더라”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박지원: 저는 직업 정치인이 아닙니다. 이제 막 정치권에 들어와 배우는 단계라 ‘어떤 정치인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다만 평범한 시민이자 평당원으로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원맨쇼’가 아닌 ‘팀플레이’가 가능한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증오를 부추기기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내가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 정치 말입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잇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모적인 정쟁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론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정치, 그게 제가 꿈꾸는 방향입니다.

아직은 현실을 잘 모르는 이상주의자일 수도 있겠죠(웃음). 하지만 전례 없는 평당원 최고위원직에서 출발한 만큼, ‘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이자, 당원과 시민께 드리는 약속입니다.

▲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 첫 번째)이 지난 10월 2일 전북 김제전통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북 민생행보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정청래 당대표, 김관영 전북도지사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인물 프로필 –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1987년 익산 출생, 전주 상산고 졸업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41기 수료
• 현) 전주시체육회장

• 현) 법무법인 다지원 대표 변호사
• 전)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 전) 제21대 대선 공명선거법률지원단 공명선거관리 팀장
• 2022년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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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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