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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로 재단하는 사고가 위험한 이유”

[기고] 합리적 의심,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 기술

[숭의여자대학교 권오현 교수]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정보와 마주한다. 그 모든 정보는 머릿속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때로는 오래된 생각마저 흔들어 놓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각자의 경험과 선입견, 그리고 기억이 필터가 되어 작동한다.

이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베이즈 정리다. 통계학의 원리이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핵심이기도 한 이 정리는 사실 인간의 사고방식을 닮아 있다. 처음 어떤 가설을 받아들였다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그 믿음을 조금씩 수정하는 것, 즉 확률을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믿음의 정도로 본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어떤 아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게으르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전날 늦게까지 공부했을 수도 있고, 건강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합리적 의심은 단순히 의심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새로운 단서가 들어올 때마다 기존 판단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태도, 바로 그것이 합리적 의심의 기술이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확률을 0이나 1로 단정해 버린다는 데 있다. “이건 절대 사실이다” 혹은 “절대로 아니다”라는 태도는 어떤 증거가 들어와도 신념을 바꿀 수 없게 만든다. 음모론과 확증편향은 바로 이러한 극단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합리적 의심은 냉소와는 다르다. 냉소는 어떤 것도 믿지 않으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은 정보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고 기존 믿음에 정직하게 반영하려는 태도다. 정치적 선택에서든, 투자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똑같이 작동한다. 뉴스 한 줄에도, 친구의 조언 한마디에도 우리는 믿음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나는 지금도 내 믿음을 업데이트하고 있는가?”

확률의 세계에 절대적 진실은 드물다.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믿음을 갱신할 준비가 된 사람만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갱신이 내일을 바꾸는 씨앗이 될 것이다.

▲ 권오현 교수.(숭의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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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대구경북취재본부 김종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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