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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교회' 먼저 간 장동혁에…보수·진보 기독교계 모두 '극우와 거리두기'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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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교회' 먼저 간 장동혁에…보수·진보 기독교계 모두 '극우와 거리두기' 주문

한교협 "국민 다수는 극좌·극우 지지 안 해", NCCK "교계 21% 극우 넘어서야"…계엄령 비판도 한목소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약 20일 만에 기독교 단체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극우세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당부를 보수·진보 교단 양 측 모두로부터 들었다. 장 대표가 지난 주말 부산을 방문해 손현보 목사의 세계로교회를 먼저 찾은 일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장 대표는 16일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진보 교계 인사들이 주축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잇달아 찾았다.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이날 장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교총을 소개하며 "한국 전체 7만 교회 중에 6만4000(개) 교회가 한교총 소속"이라며 "극우나 극좌로 표현되는 분들은 빠져 있다"고 했다.

김 대표회장은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정치는 여당과 야당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경쟁하며 정치를 이끄는 것이고, 그 가운데 야당에게 기대하는 것은 수권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힘이 보수 이념과 국민 상식에 맞는 수권 정당으로 힘 있게 발전해 가시기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회장은 그러면서 특히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지나치게 극우와 극좌 편에 서 있는 현상들을 보게 된다"며 "한교총이 여러 번 밝혔지만 한국 교회는 절대 다수가 극좌와 극우를 지지하지 않는다. 지나친 폭력과 언어를 동반한 파괴적 주장은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생 NCCK 총무도 이날 장 대표에게 "지난주에 저희 교계에서 설문을 해보니까 교계의 21%가 대체적으로 극우 쪽의 입장을 좀 표방했다"며 "저는 국민의힘이 그 21%를 넘어서서 나머지 80% 쪽의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장 대표께 더 많은 대중성, 공감(등을) 기대하고 그렇게 되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특히 "장 대표님이 이번에 부산에 가셔서 목사보다 더 신앙적인 말씀을 하시더라"고 그의 주말 부산 일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지난 14일 부산 방문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인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아 손 목사 구속을 "종교 탄압"으로 규정했다. 그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손 목사 구속은) 반인권·반문명"이라며 "다른 것은 고려할 여지가 없다", "손 목사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대표인 손 목사는 6.3 대선과 4.2 부산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지방교육자치법 위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대표 취임 후 통상적으로 하는 종교 지도자 예방 일순을 마치기도 전에 세계로교회부터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했다.

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 대표가 대표 된 지 꽤 됐는데 당 대표가 되면 반드시 치러야 될 기본 일정, (즉) 개신교·천주교·불교 3대 종교 대표성이 있는 곳을 반드시 예방하는 것을 안 한 상태에서 본인과 같이 아스팔트 운동을 하던 손현보 목사(의 세계로교회 방문), 거기가 당 대표 되고 나서 첫 번째 종교 행보였다. 그러니까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도 보수·진보 교계 양측에서 나왔다.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은 "국민의힘과 지난 정부의 경우 무속과 사이비 종교가 결탁한 점과, 군사 독재의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 앞에 군대를 동원해서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국민의힘이 지난 정부 시절의 과오를 잘 극복해서 건강한 야당으로 힘있게 나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생 NCCK 총무는 "저는 전두환 정권 비상계엄 피해자이고 그때 감옥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며 "비상계엄이 우리 사회를 또 한 번의 질곡 속으로 빠뜨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총무는 "비상계엄에 피해를 입었던 저로서는 평화적인 계엄은 없다. 그리고 계몽령이라는 말의 유희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으로부터 좀 강을 건너시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김종혁 대표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보수·진보 기독교계 양쪽에서 상반된 방향의 요구를 듣고 "잘 듣겠다", "성경 말씀 속에서 지혜로운 길을 찾겠다"고 했다.

한교총 김종혁 대표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우리는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로의 명칭 변경은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 사안은 극단적인 진보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고 두고두고 교회의 비판을 받을 내용"이라고 했다. 보수 기독교계는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라는 표현은 이른바 LGBT 등으로 불리는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의미여서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저희 당에서도 그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고, 특히 김기현·조배숙 의원이 그 문제에 대해 국회 내에서도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지난번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 때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여러 우려의 목소리와 '우리 당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는 말씀도 분명히 드렸다. 저희들도 계속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한교총 예방에서 극우·비상계엄·정부조직법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고 "야당이 잘못할 때는 저희 야당에 대해서도 교계에서 쓴소리를 내 주시고, 좌로나 우로나 너무 치우칠 때는 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 주시면 저희들이 잘 듣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잘못 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조직법뿐 아니라 여러 목소리를 함께 내달라"며 "또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 바로 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았던 분들이 생각했던 가치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교회에서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NCCK 김종혁 총무는 장 대표에게 "요새 장 대표가 마이크를 잡으시면 아주 굉장히 세게 말씀을 하시더라"라고 첫인사를 건네며 "이렇게 부드러우신 분이 왜 이렇게…"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총무는 "제가 지난번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왔을 때 한국옵티칼에서 500일 넘는 고공 농성을 이어가서 (중재를) 제안했다"며 "오늘 장 대표님이 오셨으니 과제를 하나 드려야겠다. 세종호텔에 219일째 고진수라고 하는 (노조)위원장이 올라가 있는데 , 민주당 정부가 하기 어렵다면 국민의힘이 한번 그 일들을 좀 잘 풀어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NCCK 측으로부터 극우·비상계엄·해고노동자 고공농성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은 데 대한 답변으로 "오늘 저희들에게 쓴소리도 해 주시고 또 계엄에 관련해서 말씀을 주셨는데, 제가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권력은 제한·절제돼야 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계엄을 고리로 해서 선출된 권력이 헌법을 벗어나, 헌법보다 더 위에 서서 '계엄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상대방을 모두 없애도 되고 우리만이 절대선'이라는 오만함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많은 국민들께서 우려하고 있다"며 "저희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면서 성경 말씀 속에서 지혜로운 길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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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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