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님께. 이 편지는 아마 끝내 닿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향의 아픔을 지켜만 볼 수 없어 떨리는 손으로 글을 씁니다.”
안동시청 축산과 수산팀장 김태호 씨는 최근 환경부 장관을 향해 한 통의 손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서 ‘부치지 못하는, 읽히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공직자의 형식을 벗고, 한 사람의 아들로서, 이웃으로서 절규하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내용은 2022년 10월, 인동댐에서 포획된 어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되면서 어업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그날 이후 3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안동댐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어민들은 생계를 완전히 잃었다. 고향의 호수는 더 이상 생명을 길러내는 터전이 아니라, 침묵으로 일관하는 차가운 이제 차가운 수역으로 굳어버렸다.
매일같이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난 김 팀장. 그곳에서 마주하는 어민들의 표정은 깊은 주름살 속에 각인된 좌절과 절망이다. “이제는 빚만 남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가장들의 모습에 그는 공직자로서 자존감마저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제 능력이 이렇게 하찮은 존재였나 싶어 눈물이 난다”는 그의 고백은 곧 지역 전체의 무력감을 대변한다.
안동시는 자체 예산 지원을 검토했지만, 피해 규모가 너무 크고 원인이 국가 관리 수역에서 비롯된 문제이기에 지방 재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한국수자원공사, 환경부와의 협의도 시도했지만, 전례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국비 지원은 요원하다. 김 팀장은 이 모순을 지적하며 “앞으로도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피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의 편지는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니다. “국민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로 늘 불안에 떨고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안동댐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어민들의 집단적 목소리와 겹친다. 김 팀장이 말한 대로, 안동댐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물줄기가 아니라 국가가 만든 구조물이며, 국가가 관리하는 수역이다. 그 피해 역시 결코 지역만의 몫일 수 없다.
“장관님의 따뜻한 배려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이 간절한 외침이 ‘읽지 못하는 편지’로 남지 않기를, 안동의 호수가 다시 어민들의 웃음으로 물들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오늘도 호수 위에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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