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방일 및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태도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결-축소-비핵화'의 3단계 해법을 처음 제안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21일 이 대통령이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한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본 형태로 배포했다. 지난 19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향후 대일외교 방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편으로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문제인 과거사 문제도 중요하다"면서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과거사) 문제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된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과,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라며 "2015년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라는 역대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요미우리>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이 부분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 정권의 합의이지만 국가 간의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해당 합의가 국민적 동의를 충분히 받지 못했고, 피해자분들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은 명확한 한계"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는데, <요미우리> 기사에 이 언급은 실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징용 문제에 대해 "대표적인 과거사 문제"라며 "국민으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 (이는) 경제적 문제이기 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배상의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피해자 분들과 우리 국민의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동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이 부분과 관련, 이 대통령이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를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국민·피해자·유족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책임이 동시에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은) 양국이 장기적으로 '보다 인간적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한국 국민의 감정에 대한 배려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과거 합의의 외교적 의미를 비롯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기본 정신을 함께 존중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특히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고 했다. 이 발언도 <요미우리> 기사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는 공통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해원(解冤)이라는 말처럼 원한 같은 것을 푸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며 취임 이후 첫 번째 양자 방문국이 일본임을 언급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일 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대전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취임 후 지속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고, 이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요미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어 좋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달라'고 질문한 데 대해 "오부치 전 수상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일 공동선언을 만들어내 한일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점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요구해온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엄중한 국제정세 속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한일 간 안보 측면에서도 협력을 심화하고 한미일 공조 또한 지속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는 3국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요미우리>는 이 대통령에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기 철폐'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이 대통령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수산물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이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는 (그와는) 별개 문제"라며 "한국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결 과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부분에 대한 문답은 대통령실 요약본에는 담기지 않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대한민국에도 중요하지만, 일본·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북 대결정책보다는 평화적으로 서로 공존하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 번영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 북미 간 대화가 북한 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대화를 통해 핵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북 협력 방안과 관련해 "우리가 한발 앞서 문을 열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적대감을 완화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중심으로 미국·러시아·북한·한국·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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