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미국이 아닌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이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한일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일본 대한민국대사를 지낸 이수훈 전 대사는 18일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만나 이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대해 "이 대통령은 동북아가 대단히 불안정한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주변 국가 중 일본과 협력관계를 확고하게 구축해야겠다는 전략적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한일 간 셔틀 외교를 조속히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시바 총리가 국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가도 있으니까 이분이 재임하는 시기에 셔틀외교의 기틀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굳이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쓸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 대사는 "소위 '온건파'로 인식되는 이시바 총리가 집권하고 있을 때 셔틀 외교의 시동을 걸고 어느 정도 기틀을 다지겠다는 전략은 괜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주한미군 감축 등 안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전 대사는 이 사안들이 모두 이미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던 문제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원칙을 세우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그런 분쟁에 개입되지 않는 것이다. 중국과 대결적으로 맞서서 척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주한미군을 둘러싼 각각의 사안에 대해 미중 간 대결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대만해협과 동북아의 평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맞춰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강대국이 싸울 때 누구 편을 들 것인가가 아니라, 싸우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전 대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것이 안보적 측면의 국익에 부합한다. 우리 국익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담론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과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원칙 하에 협상하고 중국에도 역내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전 대사는 동북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노무현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대외전략 자문을 했고 노무현정부 한미동맹 조정을 다룬 편저 <조정기 한미동맹>을 펴내기도 했다. 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 초빙교수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후보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특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이재명 대통령의 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과거사와 관련된 시민단체에서는 역사정의 실현과 관련한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내용적 측면에서 이번 경축사를 평가해 본다면?
이수훈 : 광복절 경축사는 대일 메시지가 중요한데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에서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소위 '투 트랙' 기조를 복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투 트랙' 기조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민주당 정부가 가지고 있던 대일 외교의 기본 노선이었다. 그런데 2019년 8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투 트랙 기조를 붕괴시켰다.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는데,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이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경제 협력 부분의 보복 조치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투 트랙 기조가 붕괴된 상황에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거의 무시하였다. 과거사라는 한 축이 무너지고 일본과 협력만 중시하면서 '투 트랙'이 아닌 '원 트랙'이 돼버렸는데, 이렇게 해서는 한일 관계를 성숙하고 지속가능한 관계로 끌고 가기가 어렵다.
이번 경축사에서 과거사를 언급 안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는 아마 대통령이 경청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경축사에서도 그렇고 영화 <독립군 : 끝나지 않은 전쟁>을 시민들과 함께 관람하는 것을 보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분들과 이분들의 가족, 유족들을 잘 어루만지는 것이 필요하다. 단번에 이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하면 이 분들의 고통을 살피고 이를 덜어내려고 하는 정부의 노력이 소중하다.
여기에는 일본이 손뼉을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의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의 화답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가진 연설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아쉽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의 정치인으로 이렇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특히 아베 전 총리 집권 기간 동안 반성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시바 총리의 이번 발언은 아베 전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 노선에서 이탈하려 한다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시바 총리의 연설이나 최근 행보를 보면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는지?
이수훈 :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하며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일본의 군국주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웃국가들의 공통적이고 끈질긴 요구였다. 이걸 일본 정치 지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이시바 총리 역시 그런 부분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이같은 요구에 일정 부분 화답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간에 소통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이시바 총리의 발언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앞으로 두 지도자가 협력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레시안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으로 미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하게 됐다.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미국 사람들이 표현은 안 하겠지만 이 사람들이 갑자기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수훈 : 미국이 그렇게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갔다고 하면 여러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일본을 먼저 가는 데 대해서는 그런 관측이 불필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일관계가 잘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하게 추진하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관계가 잘되는 것은 긍정적 요인이다. 오히려 미국이 이를 반길 일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가 대단히 불안정한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주변 국가 중 일본과 협력관계를 확고하게 구축해야겠다는 전략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일 간 셔틀 외교를 조속히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시바 총리가 국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가도 있으니까 이 분이 재임하는 시기에 셔틀외교의 기틀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굳이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쓸 이유가 없지 않나.
과거사 문제나 한일 관계에 있어 소위 '온건파'로 인식되는 이시바 총리가 집권하고 있을 때 셔틀 외교의 시동을 걸고 어느 정도 기틀을 다지겠다는 전략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국이 불안정해서 차기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더 나쁜 선택지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시바 총리에게도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후 한국에 방문하면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주한미군 변화, 원칙 세우고 대응하면 된다
프레시안 : 미국과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증가 등 주로 주한미군을 둘러싼 역할 변경과 관련한 사안들이 회담에 어느 정도 논의될지가 주요 관심사인 것 같다.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2006년 1월 한미 양국의 외교장관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걸고 합의했다. 이번에도 이 정도의 합의가 나올 수 있을까?
이수훈 : 2006년에 이미 우리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사실 이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군사학적으로 보더라도 긴 역사적 흐름이 있고, 합의가 나왔던 조지 W. 부시 정부 이후로 한정하더라도 이미 20여 년이나 지났다. 한미 간에도 전략적 유연성 발휘 필요성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이 이미 좀 변했다.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를 위한 붙박이군이 아닌 지역군, 신속기동군으로 가고 있는 흐름이 있었다.
2006년에 합의가 나올 때도 중국의 굴기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당시에도 (주한미군이)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주한미군 용산 기지 이전 및 한강의 북쪽에 있는 부대들을 한강 이남 지역으로, 평택으로 이전했는데 이것도 대북 억지를 위한 붙박이로서의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해가고 있는 흐름이었다.
예전에는 주한미군을 '인계철선'(引繼鐵線, '폭발물의 격발장치와 연결한 철선'이라는 의미로, 남한 입장에서 동맹국인 미국이 자동개입하게 하기 위해 공동경비구역에 미군을 배치하는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됐다)으로 생각하고 북한이 진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성격을 가졌는데,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가게 되면서 이러한 부분이 흐릿해졌다.
전략적 유연성을 쉽게 이야기하면 주한미군이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들고 나가고 하겠다는 건데, 이걸 대규모로 하는 건 아니고 활용해야 하는 필요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주한미군 일부가 다른 지역에 전개된 사례가 있다. 지난 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했던 간담회에서도 패트리어트 포대를 재배치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 전략적 유연성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동북아 정세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전 정부들도 대중 견제 정책을 표방하긴 했는데,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서 대단히 노골적이고 거친 방식으로 이런 부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과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는,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지 않나. 그럴 때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적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대만 침공은 시나리오일 뿐이지, 현실화되기에는 대단히 어렵다. 지금 남중국해에서 여러 갈등이 있긴 한데 나름대로 관리가 되고 있기도 해서 우리가 너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그런 분쟁에 개입되지 않는 것이다. 중국과 대결적으로 맞서서 척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것이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담론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미국과 이런 방향으로 협의하고 중국에도 역내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또 2006년 합의를 보면 양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해외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을 분쟁 지역에 파견할 것이라면 적어도 우리 국회의 동의는 받으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공신력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국회 동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 브런슨 사령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숫자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감축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수훈 :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을 받치고 있는 핵심 요소다. 여기에 급격한 변화가 오면 동맹의 변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급격한 감축은 어렵다. 이러면 동맹이 흔들리는데, 지금 당장 동맹을 흔들 요인이 한국과 미국에 없다. 우리도 우리 안보를 위해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도 중국 견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동맹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일 정도의 감축은 없을 것으로 본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주한미군이 3만 7000명 정도였는데 양국은 1만 2000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일정한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었는데, 노 대통령 임기 말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인해 3500명을 감축하지 못해서 현재 2만 8500명 수준으로 이어오고 있다. 원래는 2만 5000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만큼의 인원을 줄인다고 해서 한반도 안보가 지금과 다르게 많이 변했을까? 브런슨 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찰 감시 부대 등 다른 첨단 전력으로 보완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또 한미 양국은 방위 공약에 대해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장억제 및 주한미군 증원계획 등을 매년 업데이트한다. 감축이 급격한 규모로 일어날 리도 없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개별적인 사안이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과 연동돼 있다. 전작권의 경우 이제 대북 억지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이를 지원하겠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동되는 문제다.
즉 주한미군과 관련한 사항들이 '패키지'로 엮어져 있는 셈인데, 동맹 현대화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다른 사안들은 2+2나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서 협의해 나가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주한미군이 일정 수준으로 감축된다고 하면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그만큼 줄어들어야 할 것 같은데, 트럼프 정부와 분담금 감축 협상도 함께 진행할 수 있을까?
이수훈 : 트럼프 대통령이 돈 문제에는 대단히 밝은 사람이라, 이미 구체적으로 100억 달러 내놓으라고 이야기했다. 이건 기존 분담금 협정액에 비해 9배 정도 높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사실상 깨버리는 것을 보니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미 간 오랜 시간 협상을 통해 체결한 분담금 협정이기 때문에 이를 백지화하고 다시 하자고 하기는 미국 쪽에서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설사 트럼프가 강압적으로 나오면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간 우리 협상팀이 많은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협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재협상을 할 경우 분담금을 지급하는 방식, 사용하고 남은 자금의 용처 문제 등을 우리가 거론하면 미국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 재협상하기도 만만치 않다.

프레시안 : 주한미군 주둔 감축과 함께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도 한반도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주로 가게 된다면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을 이유로 남한 내 핵 무장 여론도 강해질 것 같은데, 여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수훈 : 윤석열 정부에서 독자 핵무장론이 성행했는데 이재명 정부에서는 독자핵무장론이 설 자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이재명 정부도 북핵에 대해 협상과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해나간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결국 지향점은 '핵 없는 한반도'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니까 우리도 가져야 될 거 아니냐'는 논리는 달콤하게 들리지만 현실성이 없다. 사실상 허구라고 본다.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종의 담론 상에서 비즈니스가 된 것 같다.
심지어 한일 간에 공동 핵 개발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럼 대만도 핵개발을 하게 되고, 결국 동북아가 핵무기 천지로 뒤덮인다. 이게 우리가 지향할 바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핵 없는 한반도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게 정책 목표를 설정해 가야 한다.
북핵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핵 무장을 주장하니 어떤 결과가 나왔나? 미국 에너지부에서 우리를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올리지 않았나. 이건 무분별한 독자 핵 무장 주장이 국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구체적 사례다.
북핵을 잘 아는 보수적인 인사들도 정말 핵 무장을 하고 싶으면 조용히 은밀하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 자유도 있고 표현의 자유도 생각의 자유도 있으니 그걸 제한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 정책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정책적으로 따지면 소음에 불과하다고 본다.
북핵 문제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우리군의 3축 체계, 주변국들과 외교를 통해 접근해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장억제 공약을 거두지도 않았다. 핵무기 개발이 아닌 다른 대응 체계를 통해 접근해가야 한다. 그리고 북핵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의 숙제이기도 하다. 철저히 미국과 공조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도 추진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흐름을 잘 지켜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목표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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