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광주 첫 여성교육감 노리는 '붕어빵 교장' 오경미 두암중 교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광주 첫 여성교육감 노리는 '붕어빵 교장' 오경미 두암중 교장

"이정선 광주교육감 3년 내내 시끄러워…소통 실패" 비판

내년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0년 넘게 교사와 교장, 장학사 등을 두루 거친 오경미 광주 두암중 교장이 광주교육감 선거 출마를 준비, 광주 첫 여성교육감 탄생 여부로 주목받고 있다.

오경미 교장은 12·3 비상계엄 상황에서 민주광장에서 시민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줘 '붕어빵 교장'이라는 별칭처럼 현장 교육활동은 물론, 광주시교육청의 장학사·민주시민교육 장학관·교육국장 등 핵심 행정 경험까지 갖춘 인물이다.

그는 '학교는 기다림, 지도자는 마음을 얻는 사람'이라는 신념과 함께 정치적 조직이나 배경보다 현장의 동료·학생 등과 맺은 '관계의 힘'이 교육 변화의 답이라고 말한다.

<프레시안>은 최근 오 교장이 바라본 현장과 행정, 그리고 광주교육의 본질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오경미 두암중학교 교장이 두암중 교장실에서 교육감 정책 1호로 '5·18 사적지 방문 의무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07.11ⓒ프레시안(백순선)

Q. '붕어빵 교장'이라는 별칭, 어떻게 시작됐나요?

A. 고등학생 시절 5·18을 겪으며 큰 공포를 경험했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기억으로 12·3 내란 때 무작정 민주광장에 나섰죠. 장휘국 전 광주교육감과 만나 뭐라도 해보자는 제안에 작년 축제 때 샀던 붕어빵 기계를 사용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이재남 평동초 교장 등 7~8명을 주축으로 매주 토요일 사비를 들여 찹쌀 붕어빵 봉사에 나섰죠. 겉바속촉 붕어빵, 5·18의 주먹밥처럼 대동정신의 또다른 상징이 됐고 광주시내 붕어빵 재료가 동날 정도로 시민들 호응이 컸습니다.

Q. 전남대 사범대 졸업 후 첫 발령지가 인천여상이었던 이유는?

A. 그때 발령 적체가 심했어요. 전남 지원 동기들은 5년 지나도 발령받지 못했고, 저는 대학원을 서울에서 다니고 싶어서 가능성 높은 인천을 선택했습니다.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죠. 결국 1년이 지나 다시 광주로 내려와 송정여상, 광주실고를 거쳐 10년 만에 장학사가 됐죠.

Q. 장휘국 전 교육감과 인연은 어떤 계기였나요?

A. 네 분의 교육감 아래에서 장학사 생활을 했는데, 장 교육감과는 직접 인연이 없었습니다. 학교폭력 장학관 신설 때 발탁됐고 "레크리에이션 강의를 하니 긍정적이라 들었다"며 저를 찾으셨더군요. 민주시민교육 장학관, 감사관실, 동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대촌중 교장, 다시 교육국장까지 중등교사가 할 수 있는 교육행정의 거의 모든 직을 맡아봤던 것 같습니다.

Q. 여성 교육국장은 개청 이후 처음이었죠?

A. 맞아요. 교육국장 제안을 세 번이나 고사했어요. 정권 교체기여서 마음을 정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장 교육감님이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니 어떤 교육감이 와도 맞춰줄 것"이란 설득에 결국 수락했습니다.

Q. 다양한 직책 경험이 교육철학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늘 현장 업무와 외부 활동을 병행했습니다. 동부교육청에선 대기업 급여 잔돈 기부를 결식아동, 교복 지원사업에 연결했고 '아름다운 동행'이란 프로젝트로 학교·기업·개인 기부를 연계해 100여 팀과 네트워크를 쌓았어요. 교감 발령 전까지 이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개인적인 일도 있을 텐데요.

A. 광주 한 학교에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나무에 걸려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됐죠. 해당 학교 학부모님이 강의 후 30만 원을 후배 위해 써달라며 보내주셨고, 그 기부금과 굿네이버스, 남구청 등이 합심해 2000여 만원을 모금해 아이의 병원치료와 검정고시, 대학 진학까지 지원했습니다.

학교 밖 자원, 지역사회, NGO, 기업 등 모든 경험과 관심이 학생에게 닿게 만들려 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필요한 학생을 찾아 연결하는 일이고, 그것은 기꺼이 제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오경미 두암중 교장이 정서 위기 학생들과 외부 단체·기업과 협업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07.11ⓒ프레시안(백순선)

Q. 최근 전국적으로 위기 학생이 늘고있는데,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지?

A. 정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늘고 있어요. 저희 학교도 한 학급에서 두 학급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 초등학생들이 감정 읽기·관계 맺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죠. 감정공감 능력이 약해지고, 타인을 때려도 '이게 아프겠다'는 감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Q. 오랜 기간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에 관한 문제를 담당해 오셨는데요.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A. 네, 장학관으로 2년, 과장으로 2년 6개월, 총 4년 6개월을 담당했습니다. 광주는 전국에서 특히 고등학생 자살률이 높은 편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성적 스트레스고 부모님이 조급하게 몰아세우는 것, 기다려주지 못하는 교육 문화가 문제입니다.

Q. 선생님이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A. 교육은 기다림입니다. 어떤 아이는 빨리, 또 어떤 아이는 늦게 계단을 오릅니다. 부모님은 늘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재촉하시지만 그게 오히려 아이에겐 큰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죠. 결국 교육이란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처럼 기다리면서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가도록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Q. 교사 정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A. OECD 국가 중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입니다.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교사가 선거 출마하려면 정년이나 명예퇴직해야 하고, 대학 교수처럼 휴직도 안 됩니다. 결국 현장 전문가가 교육감 등 정책 결정을 하는 데서 배제돼 버립니다. 교사의 정치 표현은 수업의 중립성만 유지되면 수업 외 시간에 자유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Q. 붕어빵 봉사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논란도 있었다고요.

A. 네, 관련해서 조사가 나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말씀을 믿고 의연하게 대응했습니다.

Q. 이정선 교육감 취임 이후 3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 한마디로 '3년 내내 시끄러웠다'였습니다. 인사, 청렴 논란 모두 거듭됐죠. 특정학교 인사 편중, 감사관 채용 비위 의혹까지 계속되며 계속 꼬였습니다. 교사가 성적조작만 해도 4대 비위로 중징계를 받습니다. 교육행정 인사엔 더 엄격함이 필요합니다.

인사 문제는 스텝이 꼬이면 계속 꼬이는 구조고 앞으로 더 큰 문제가 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작년에도 건강 문제로 장기간 업무를 하지 못했는데 그 스트레스도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했을 겁니다. 교육감이 업적이 있었다 해도 소통 실패로 업적조차 묻혔다고 봅니다.

지도자는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방향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정선 교육감은 "내가 가는 대로 따라와라"는 일방적인 방식이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매주 집회가 열린 토요일마다 광주 동구 민주광장에서 붕어빵을 구웠다는 오경미 두암중 교장ⓒ오경미 교장

Q. 교육국장으로서 이정선 교육감 체제를 경험하셨는데 어떠하셨는지요?

A. 가장 뼈아프게 느낀 건 '소통 부재와 일방적인 행정'이었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책이 반복됐어요. 대표적인 게 급식 노동자 관련 정책이었습니다. '방학 중에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겠다'는 내용은 취지 자체로는 공감할 만했지만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현장 조리사들과 급식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죠.

노동자들은 "골병 든다"며 교육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고 저는 교육국장으로서 정책국이나 행정국과 중재를 시도했지만 교육감은 "애들 밥 한 번 따뜻하게 먹이는데 왜 반대하냐"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그때 이미 '이 조직은 앞으로 어렵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내년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A. 교사들은 '교육감 선거, 교사에게 물어보고 뽑자'는 말까지 합니다. 저도 교사 사회 인지도는 있지만 일반 유권자 설명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깜깜이 선거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은 학교에서, 교육을 아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Q. 현직 출신만의 강점,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A. 학생들과 함께 축제 때 아파트 춤을 추고 붕어빵을 굽고, 시를 외워온 학생들에게 과자를 주는 것 등 모두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는 것 모두 학생들의 마음을 사려 하는 일이죠. 지도자는 결국 마음을 얻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8월 31일까지 마지막 학교생활을 명예롭게 마치고 9월부터는 다양한 분야의 광주 시민들을 만나 경청하며 광주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

▲오경미 두암중 교장이 학생들과 지난 축제 때 아파트 춤을 췄던 추억을 얘기하며 웃고 있다.2025.07.11ⓒ프레시안(백순선)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백순선

광주전남취재본부 백순선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