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과점 배달앱 회사들이 중개수수료(17.8%)로 전남에서만 1년에 가져가는 돈이 1624억원(추정)인데…이제는 시장 장악을 위해 배달 노동자를 타깃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도의회 2층 초의실에서 열린 '전남형 안심배송 문화 정착을 위한 조례 제정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주형 (주)먹깨비 공동대표는 이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전남에서 하루 배달앱 주문이 10만건이고, 1번 결제 당 평균 2만5,000원을 지불하는데, 환산하면 매일 25억이 배달앱 결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점차 시장이 커져가고 있는데 독과점 회사들이 중개수수료 등 명목으로 (지역 상생은 무시한 채)불합리하게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 흐름을 보면, 회사들이 지역에 용역을 줬던 배달 대행 업무를 직속 라이더(배달기사)를 고용해 직접 수행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지역 대행업체들은 문을 닫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고 악랄한 독과점이 자행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커지고 발전함에 따라 독과점 회사들에게는 제재를, 배달기사들의 노동처우개선과 현장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면서 "전남이 첫 시도한 조례안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사회적 문제점들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차영수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강진)이 발의 예정인 '전남 안심배달 우수 사업자 지원 조례안' 제정을 위해 전문가 및 기업 관계자 등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조례는 코로나19 이후 가파른 성장세로 배달 시장을 포함한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은 확대돼 가고 있지만, 시장 독과점 구조로 파생된 각종 사회적 문제들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발단이 됐다.
전국에서는 최초로 전남에서 배달 산업을 건전하게 견인할 수 있는 첫 조례 제정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차 의원을 좌장으로 김주형 ㈜먹깨비 공동대표, 김호석 전남플랫폼협동조합 대표, 문길주 전남 노동권익센터장, 박현일 전국배달업연합회 사무국장, 최남규 전남도 교통행정과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회 패널들은 이 자리에서 시장 독과점 문제를 비롯해 ▲배달 기사의 열악한 노동처우 ▲배달 오토바이 등 안전사고 급증 ▲배달 업체 음식 위생 등 대표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배달 시장 주요 문제들을 재차 공유했다.
이어 조례안에 반영할 수 있는 주요 문제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박현일 사무국장은 "250개 배달대행업체와 2만명의 라이더(배달기사), 1만여명의 소상공인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면서 "라이더는 산재보험 가입 여부도 몰라 권익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고, 라이더의 범죄이력 등 신원검증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배달업체의 위생관리 실태는 심각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과 현장이 함께 움직여 배달기사와 업체의 교육,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차 의원은 "전자상거래와 배달 중심 소비문화 확산에 따라 종사자 안전, 계약 불공정 등 사회적 문제가 증가해 생활물류서비스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도민 생활안전에 기여하고자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안심배달 실천이 우수한 사업자를 발굴,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의견을 모아 조례 발의 후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례안은 표준계약서를 작성 후 보험에 가입한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시행하는 사업자를 우수사업자로 지정해 행정적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 의원은 조만간 조례안 완성 후 조례를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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