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을 전공한 선배가 보내 준 글이다. 말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화용론 이야기하는 김에 선배의 동의를 구하고 인용해 본다. 선배도 누가 보내 준 글이라고 하니 아마도 인터넷상에 떠도는 글이 아닌가 한다.
어떤 사람이 친구 4명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3명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던 차에,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고, 그때까지 도착하지 않은 친구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못 온다고 했습니다. 집주인은 전화를 끊고 친구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꼭 와야 할 친구가 못 온다네……”
이 말을 듣고서 친구 하나가 화를 내며, “그럼, 난 꼭 올 필요가 없다는 거잖아” 하면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낙담한 집 주인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나 원 참! 가지 말아야 할 사람이 가 버렸네……”
그 말을 듣고 다른 한 친구가 “그럼, 가야 할 사람이 나인 것 같군” 하면서 현관문을 확 열고 나가 버렸습니다. 집주인은 너무 황당해서 소리쳤습니다.
“야 이 친구야, 너 보고 한 말이 아니야.”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 있던 친구가 이 말을 듣고, “그럼 나 보고 한 말이야?”라고 하면서 또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습니다.
초대한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에, 집주인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오늘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유를 모르는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쉽게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아 여기에 옮겨 보았다.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우리의 다툼 중 대부분이 말로 인해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굳이 화용론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대화에서 말(어휘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말을 할 때 자기 중심으로 표현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대화를 하면서도 다음에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대화라는 것은 잘 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가 아름다운 대화일 것이다. 아내는 오늘도 옷을 입으면서 독백을 한다. “어머나, 스웨터가 작아졌어”라고. 자기가 살쪘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언어에서 의미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화를 할 때는 누구와 얘기하는가를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말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한 말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언젠가 전원생활을 할 때 집 현관에 대문짝만하게 써 놓은 글이 있었다.
사랑과 평화의 말이 아니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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