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2026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0원(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합의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다만 근로자위원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4명이 중도 퇴장한 이후 성사된 합의라 '반쪽짜리 합의'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공익 위원 27명 중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불참한 23명의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주 40시간 근로 기준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이다.
인상률은 2.9%로 지난해(1.7%) 대비 높은 편이지만,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에서는 두 번째로 낮다. △김영삼 정부 8%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다.
2026년도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78만2000명(영향률 4.5%), 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기준 290만4000명(영향률 13.1%)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은 다음 달 5일 고용노동부 고시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확정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합의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사·공 다수가 뜻을 모았지만, 전원의 합의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간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자, 공익위원들은 지난 8일 11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안 상·하한선인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210원~1만440원을 제시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모두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규탄했다.
12차 전원회의에서도 노동계의 반발은 계속됐고,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이 사용자 측에 편중됐다"며 끝내 회의장을 퇴장하고 말았다. 이후 속개한 회의에서 근로자위원 과반이 합의에 찬성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됐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의 퇴장에 대해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의 중도 퇴장은 아타깝다"면서 "민주노총 위원들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측은 전원회의 퇴장 후 입장문을 내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은 노동자의 삶을 도외시한 채, 사용자의 주장만을 반영한 기만적인 안"이라며 "더 이상 심의가 아닌, 저임금 강요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정부에서 시작하는 최저임금은 최소한 물가상승률과 실질임금하락분을 보전하는 것은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매년 반복되는 저임금 유도, 사용자 편향적 운영, 비공개 회의 밀실 협상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촉진구간 거부와 퇴장은 시작이다. 오는 7월 16일과 19일, 민주노총은 총파업 총력투쟁을 통해 무너진 최저임금 제도의 정의를 바로세우고, 정부와 자본의 책임 회피를 단호히 막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11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결정은 물가인상률 등 객관적 통계와 함께 취약노동자, 소상공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뤄졌고, 2008년이후 17년 만에 표결 없이 노,사,공익위원 합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첫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간 이해와 양보를 통해 결정된 만큼 정부는 이를 최대한 존중하고, 최저임금이 현장에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와 함께 지도, 감독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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