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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현장에 대한 존중·경청, 미래사회 여는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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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현장에 대한 존중·경청, 미래사회 여는 첩경

"대한민국 교육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부입니다."

2014년 처음 교육분야를 담당한 이후 지난 12년 동안 교육현장의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 교원단체 및 노동조합 구성원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었던 한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었다.

교육부가 개발하고 실행하는 교육정책들이 정작 교육현장에 스며들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각 교육현장에서 필요에 의해 맞춤형으로 개발된 정책들은 교육부의 소극적인 지원 또는 실행 반대 등을 이유로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시절 황우여·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주역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절대평가 과목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수학능력시험 개편’과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교육 금지’ 등 여러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책 발표 후 반발에 따른 보류 등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으로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유은혜 장관 재임 당시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와 휴교 및 원격수업 등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지시를 비롯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한 정책 시행 하달 이전에 외부로 관련 자료가 유출되며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언론 등을 통해 시행될 정책의 내용이 먼저 알려지면서 교육현장의 반발을 자초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교육부 수장이었던 박순애 장관은 ‘만취 음주 운전’ 전력과 ‘논문 중복 논란’을 비롯해 초등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살에서 만 5살로 낮추는 ‘학제개편안’ 제시 및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한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가 백지화 하는 등 각종 논란과 오락가락 행정으로 인해 취임 한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박순애 장관의 사퇴 이후 3개월 만에 취임한 현 이주호 교육부장관 체제의 교육부도 지속적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상황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늘봄학교’ 및 ‘유보통합’ 추진, ‘의료개혁’ 등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여러 정책들을 강한 우려와 반발에도 강행하면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뒷수습을 모두 교육현장에 몫으로 돌리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발굴·개발한 정책과 사업은 무시한 채 동일하거나 비슷한 내용의 정책과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행태도 비판의 대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재명 정부의 출범 이후 지난달 처음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교육부가 보고한 ‘인공지능(AI) 기반 미래형 평가로의 전환 준비’ 정책이다. 서·논술형 평가의 확대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강화를 목표로 한 해당 정책은 내신의 서·논술형 문항 채점 과정부터 AI 기술을 적용하고,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면 수능에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경기도교육청이 개발 및 시범운영에 나선 ‘하이러닝 인공지능(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과 동일한 내용과 성질의 정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AI를 기반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과 교수·학습 설계 자동화 및 스마트단말기 기반의 미래형 교실 환경 제공 등 학생과 교사의 교수·학습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인 ‘하이러닝’을 2023년 9월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고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특히 교육 본질의 회복을 통한 대학입시제도의 개편 방안을 모색 중인 도교육청의 방향성을 동력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 및 수준에 따라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채점을 통해 학생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등 평가 전 과정을 표준화해 지원하기 위해 ‘하이러닝 인공지능(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평가 방식은 AI를 활용해 교사가 설계한 ‘평가 기준과 평가 요소(루브릭)’에 맞춰 학생 답안을 자동 채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도 상세히 제공된다. 또 △학생 손 글씨 답안을 디지털 문자로 변환(OCR 엔진)하는 평가 △평가 설계 - 배포 - 채점 - 피드백 - 리포트 전 과정의 ‘원스톱 운영’ 등 표준화된 평가 운영 도구를 제공함으로서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이 같은 특성은 지난 2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된 ‘2025 디지털 전문 교원 아카데미 성과 나눔 발표회’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하이러닝’과 AI 기반 맞춤형 교원역량 강화 플랫폼 ‘하이코칭’ 및 시공간을 넘는 배움을 제공하는 ‘경기온라인학교’ 등 학생들에게 보다 정교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에듀테크(EduTech)’를 활용한 공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된 발표회에서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부스에서 직접 해당 시스템을 시험해 본 결과, 아직 보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함에도 상당한 수준을 갖춘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이 준비한 문제를 직접 손글씨로 답안을 작성해본 본 기자는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의 특징’과 ‘해당 시스템을 학교에서 사용할 경우, 어떠한 점이 좋을지’를 중점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는 문제에 대한 답안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손 글씨 답안을 디지털 문자로 변환하는 ‘OCR 엔진’의 수준을 검증하기 위해 최대한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의 손 글씨로 답안을 작성했다. 또 글의 서론과 본론 및 결론의 구분을 모호하게 작성하는 동시에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이 강조해 온 핵심 키워드를 세세히 나열하며 해당 시스템의 장점을 서술하면서도 정작 주장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답안에 대한 AI의 평가 결과는 놀라웠다. △이유와 근거의 타당성(5점 만점) △이유와 근거의 제시 갯수(3점 만점) △글의 완성도(2점 만점) 등 총 10점 만점으로 평가가 진행된 가운데 사람의 눈으로 알아보기 힘든 손 글씨를 정확하게 디지털 문자로 변환한 AI는 ‘이유와 근거의 타당성’ 항목에 대해 최저 점수인 2점으로, 다른 두 항목에 대해서는 각각 만점인 3점과 2점으로 평가했다.

평가 근거에 대해서는 ‘글의 시작에서 주장하는 바와 이유를 밝히고, 중간 부분에서 구체적인 효과를 설명하며, 마지막 부분에서 기대효과와 결론을 제시했으며, 각 주장의 근거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고 타당성을 갖추고 있어 글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글의 구조에서 서론과 본론 및 결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제시된 각 근거들이 구체적인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보다 일반적인 기대와 논리적 추론에 의존하고 있다’고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더욱이 이 같은 AI의 평가와 피드백은 이를 확인하기 전 담당 직원이 먼저 평가한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해당 시스템이 개선과 보완을 거듭해 현재보다 고도화 된다면, 학교 내 평가 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직사회 등 사회 전반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확장성도 가늠할 수 있었다.

충청남도교육청도 국립공주대학교와 함께 ‘충남형 서·논술형 평가 모델’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렇듯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교육부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뒷북 행정으로 교육현장의 노력을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다양한 사례를 통한 검증이 필요한 시스템인 만큼, 굳이 기존에 마련된 시스템을 애써 무시한 채 ‘제로 베이스(Zero-base)’ 상태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다시 개발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촌각(寸刻)’을 다투는 중대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여러 방식의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오랜 기간 논의에만 머물러 있던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비롯해 ‘공교육의 본질 회복’ 등을 통한 미래사회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이 궁극적이자 공통의 목표다. 조금이라도 미래 경쟁력을 갖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굳이 먼 길을 돌아갈 필요가 없다. 설정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이 확인되고, 개선 및 확장의 가능성을 갖춘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 이를 더욱 발전시켜 하루 빨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더 이상 교육부가 ‘교육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오명이 아닌, 교육발전의 진정한 ‘조력자’이자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각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교육현장의 모습과 목소리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존중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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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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