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학 교육 개혁, 두 번의 실패는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학 교육 개혁, 두 번의 실패는 없다

[대학문제연구소 논평] 진정한 교육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하며

새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이 흘렀다. 이재명 정부는 인수위의 준비 과정도 없이 출범했지만,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부답게 3대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등 전광석화처럼 빠른 개혁 행보를 보였다. 국민주권정부라는 명칭도 독재의 망령을 국민의 힘으로 물리치고 탄생한 정부라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담아낸다.

이재명 정부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해내야 할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았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권력구조의 개편을 포함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일이 그 한 축이라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경제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그 다른 축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두 축을 어떻게 실용이라는 가치 속에 결합해내느냐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잘할 것이라는 여론이 70%를 넘기는 정권 초기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정치에서나 경제에서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깊게 뿌리내린 한국 사회의 기득권 구조와의 싸움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권력을 사유화해온 자들에 대한 징벌과 검찰조직을 문민적 통제하에 두는 정치개혁은 상대적으로 수월할지도 모른다. 이번 계엄 사태를 통해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광범하게 확보된 것이 큰 힘이다. 그러나 그 개혁이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라는 과제에 이르면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을 안게 되고, 나아가서 대상을 사회 전반의 기득권 구조를 재생산하는 불평등한 교육체제까지 포함하면 그 어려움은 배가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그것을 입증한다. 문재인 정부 또한 정권 초창기에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살려서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였을 뿐 아니라 경제적 민주주의를 향한 지향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다름 아닌 교육 불평등과 깊이 연루된 기득권 구조와의 싸움에서의 역부족에서 비롯됐으며, '조국 사태'는 바로 그 같은 한계의 표출이었다. '촛불정권' 주도자들이 불평등한 구조에서 혜택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의 일부로 인식되면서 그로 인한 국민적 반감이 정권 실패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물론 기득권 구조의 중심을 이루는 적폐세력들이 조국 사태를 부각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 그 핵심 조직 중 하나인 검찰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통해 한 유능하고 성실한 정치인과 그 가족을 거의 도륙하다시피 핍박한 것은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짓이라는 점도 그렇다. 그럼에도 이들의 기도가 성공하고 또 윤석열이라는 검찰총장 출신의 괴물 대통령을 탄생시킨 경과 자체가 문재인 정권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공격이 부당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 사태로 불거진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결의 의지도 실력도 부족했던 탓이다. 그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공정성의 문제에서도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교육 문제 해결에서의 실패가 정권의 재창출을 막은 원천이 된 셈이며, 그 교육 문제의 중심에 과열된 대학입시 경쟁과 서울 중심의 서열체제로 드러난 대학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빛의 혁명'으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기에 '촛불 혁명'의 소산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대학문제에 대한 대응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18대 및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 내세운 교육공약은 그 나름으로 분명한 교육개혁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스스로 '대한민국 최초의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표방한 문재인 후보가 애초 내세운 대학문제 관련 주요 공약은 다음 세 가지다.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형성 △공영형 사립대 정책 시행 △대학입시에서의 사회통합전형 확대가 그것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의 10개 거점 국립대들을 통합 운영하여 서열 체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고, 임기 중 사립대의 절반을 공영화하겠다는 것이며, 대학입시에서 저소득층 등을 배려한 사회통합전형을 1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말이다.

이 공약들은 서울 중심의 서열 체제를 개혁하고 사학을 공영화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국가책임을 높이는 동시에 고질적인 사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당시만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도 획기적인 교육개혁 방안이었다. 그런데 2017년 집권 이후 이 가운데서 실현된 것은 사회통합전형 확대뿐이며, 나머지 두 개혁안은 거의 폐기되다시피 하고 말았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당시 진보진영 교육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수장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기대와는 어긋나게 이 두 개혁안 시행에 미온적이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왜곡시켰다. 거점국립대 통합운영은 처음부터 시도할 의사조차 없이 거점국립대에 대한 500억 정도의 예산 증액으로 면피했다. 공영형 사립대 정책은 시행하는 시늉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거의 폐기하다시피 했다. 교육부는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811억을 상정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결국 연구비 10억을 책정받는 선에서 끝나 그야말로 무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교육부와 그것을 추진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그 이유로 내세우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김상곤 교육부는 대학정책의 기조를 박근혜 정부의 시장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을 이어받았을뿐 아니라 그것을 더 강화했다. 이 정책 기조부터가 공영형 사립대 기획과는 정반대 방향이기 때문에 애초 예산 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영형 사립대 정책의 취지는 학령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사립대들 가운데 지역에서 고등교육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대학들을 공적 지원을 통해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서울 중심의 서열 체제를 완화하고 주로 중하층 계층 출신이 재학 중인 사립전문대와 지방 소재 4년제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해 지역의 소멸을 막고 교육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기획이었다. 그러나 김상곤 교육부는 '선택과 집중'의 이름 아래 서열의 상위 대학들, 특히 서울의 세칭 일류대를 중심으로 한 서열 상위 대학들에 정부재정을 몰아주고, 하위권 대학들에 대해서는 징벌적인 정원축소와 재정지원 중단 정책을 시행했다. 그것이 지방대 몰락 추세를 심화시킨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대학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시행되는 마당에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설 자리는 없다. 기재부가 교육부의 예산 신청을 거부한 것은 이 같은 모순적 정책을 재정적으로 용인할 수 없었던 탓이 크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실패의 근원에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부족이 있다는 것은 사회 대개혁의 과제 앞에 선 현 정부의 정책기조 설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국 사태는 철저하게 서열화된 대학 체제에서 대학이 기득권층의 교육적 문화적 대물림의 기제가 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이에 대한 젊은층을 비롯한 국민적 불만이 민심의 이반을 불러일으켰다.

이재명 정부가 정치개혁과 경제 문제에 대해서 일정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관건은 대학 문제를 중심으로 한 교육체제 개혁에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위기가 전보다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 대학 문제의 해결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국가위기에 대처하는 일이 다름 아닌 대학 문제의 해결 과정과 연동해 있는 것이 지금의 국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정책 가운데 현재로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도가 교육체제 개혁의 취지에 부합하는 거의 유일한 정책이다. 이것이 교육대통령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3가지 주요 공약에 비해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기획은 문재인 정부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상을 이어받고 있고, 지역소멸 방지와 국가균형발전 및 서울 중심의 서열체제 개선의 취지를 가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를 10개로 만들겠다는 문자 그대로의 목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기획에 내포된 이 같은 가치의 구현이다. 만약 서울대에 버금가는 '일류대'를 지역마다 하나씩 만들어서 입시병목을 완화하겠다는 정도에 그친다면 이 기획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 현실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망국적인 '일류대 중심주의'에 편승한 정책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권역별로 거점 국립대들을 대표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는 동시에 그 권역의 지방 사립대들과 군소 국립대들을 특성화하여 권역 내에서 협력하고 분업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설혹 권역마다 서울대에 버금가는 일류대를 만들 수 있다 할지라도, 그 때문에 해당 권역의 여타 대학들이 위축되거나 소멸한다면 그것이 지역균형발전에 대응하는 정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소멸위기의 지방대들이 어떤 형태로든 지역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에 사립대를 공영화하는 과정이 동반될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획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공영형 사립대' 정책 또한 자연스럽게 복원될 여지도 열린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대목에서다. 새 정부가 시장주의를 심화시켜 온 전 정부의 과오를 벗어나 진정으로 공공적인 대학정책, 공약에서 내세운 것처럼 '교육의 국가책임'을 제대로 구현해 낼 때, 우리는 진정한 교육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고서 시민들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