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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해명,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한단 게 아니고…"? 그게 차별일 수 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설난영 씨를 "제정신이 아니다"는 등의 표현으로 비난했다가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진영·여성단체로부터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논란이 되자 30일 밤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계급주의·여성비하·노동비하 취지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자신이 말한 전체 내용을 봐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8일 한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장 어순이 도치된 부분도 있고 내용이 중복돼 다소 길지만, 유 전 이사장이 '제발 전체를 봐달라'고 해서 부득이 그대로 싣는다.

"설난영 씨는 구로2공단인가에 있던 세진전자라는 전자부품 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다. 김문수 씨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했다. 학출,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 노동자'하고 혼인한 것이다.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하실 수 있지 않나. 김문수 씨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다. 그 설난영 씨가 생각하기에는.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원래부터. 그리고 훌륭한 삶을 살았다. 관계가 그렇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서 내가 좀더 고양되었고'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자기 남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자기 남편이 감옥 들락날락하면서 뒷바라지하고 구속자 가족으로 투쟁하고 험하게 살다가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다. 남편을 더욱 우러러봤을 것이다.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다. 더더욱 우러러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까지 됐다. 자기 남편에 대해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 원래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이다.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이 설난영 씨의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지금 이 사람이 발이 공중에 떠있다. 우리처럼 데이터를 보는 사람은 '그래봤자 대통령 될 가능성은 제로(0)야' 이렇게 생각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의 이 발언에 대해 30일 밤 해명에서 "우선 표현이 좀 거칠었던 것, 그건 제가 잘못한 것 같다. 예컨대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표현"이라며 "그건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 표현을 고치면 합목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로서 선거 운동을 돕는 것이니 남편에게 표를 붙여 주는 활동을 해야 합목적적인데 (설 씨의 노조 비하 등 발언은) 표를 깎는 것"이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음 부분이다.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의 발언이 '찐 노동자 설난영은 학출 출신 김문수를 우러르며 살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이해돼 노동자 비하,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산 데 대해 억울해하며 "제가 그 부부를 다 잘 옛날에 잘 알았기 때문에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랬던 것 같다'(고 말한 것)"라고 전제하면서 "대학생 출신 노동운동가를 만나서 찐 노동자 설 씨가 혼인을 했는데 '내가 이 남자와 혼인해서 고양됐다'고 설 씨가 느낄 수 있다는 거라고 제가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노동자가 소위 명문대학 나온 남자하고 혼인을 하면 신분이 상승한다'고 (내가) 말한 게 아니고, 설 씨가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저는 본다"고 부연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같이 말하면서 "설 씨가 왜 그런 언행을 하는지에 대해 제가 이해하는 바를 설명한 거지, 제가 무슨 계급주의, 여성 비하, 노동 비하.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고 그런 취지로 말한 것도 아니다"라고 거듭 억울함을 토로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고 '설난영 씨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 거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집에서 야당 역할을 좀 해야 하는데 남편을 이렇게 우러러보기 때문에 비판적 거리감을 가지고 조언을 해 주기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자신의 '프로파일링' 결론을 전하기도 했다.

△어떤 질서를 전제하고 있는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하실 수 있지 않나"라는 문장은 설 씨의 심리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아니라 유 전 이사장이 직접 청중에게 말하는 형태로 발화됐고,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다. 남편을 더욱 우러러봤을 것이다.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다. 더더욱 우러러볼 것이다" 등의 부분은 비판 대상자에 대한 건조한 분석이라기보다 조소가 깔려 있다고 볼 여지가 크긴 하지만, 일단 유 전 이사장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전제하자. 그렇다면 문제가 없을까?

△식민지 시대 어느 일본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일본인과 친구가 되는 것은 조선인들에게 영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조선인들이, 스스로 '우리는 조선인이기 때문에 감히 일본인과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고 그들이 일본인과의 교류에서 소극적 언행을 보이는 이유를 분석해봤다"고 말했다면? 받아들이는 조선인 입장에서 보면 일단 매우 기분이 나쁘고, 전자나 후자나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전자는 특정 집단을 차별의 대상으로 직접 규정한 것이고, 후자는 차별받는 이들이 스스로 차별의 논리를 내면화했을 것이라고 상정하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둘 다 차별이다. 특정 인종의 범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이 인종이 열등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이 인종들은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해서 자포자기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리라고 나는 분석한다'고 젠체하는 것이나 인종주의적 주장이기는 마찬가지인 것과 같다.

△"군말없이 사과하지 않고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한 게 아니다. 설난영 씨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의 비평이다'라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그냥 뇌썩은 이준석이 될 뿐이다." 유 전 이사장의 30일 밤 해명에 대해 나온 비판이 아니다. 한때 그와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원석 전 의원이 하루 전인 29일 밤 내놓은 '예측사격'이었다. 불행하게도 명중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0일 밤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배우자 설난영 씨를 자신이 비난한 일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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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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