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90년대생 초선인 김용태 의원을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하며 역할 분담에 나선 모양새다. 당내 최연소 국회의원인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해 쇄신 분위기를 내고 친윤석열·극우 색채가 짙은 김 후보의 이미지를 희석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김 후보와 김 의원의 역할 분담은 12일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이 비상계엄과 탄핵에 사과한 것으로 시작했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하는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되었다는 것,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 이러한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써 인정해야 한다"며 "젊은 보수 정치인으로서 뼈 아프고, 반성한다.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애초 당 안팎에선 해당 발언을 김 후보가 직접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지난 경선 기간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있어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온 김 후보는 아직도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된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 보다 명확히 선을 긋고, 계엄을 제지하지 못한 책임과 탄핵 반대에 사과 입장을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김 후보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계엄,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와 반성 필요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앞으로 잘 논의해서, 검토해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얼버무렸다.
김 후보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국가사회공헌자,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천안함 46용사 묘역 등을 차례로 찾아 참배했다. 그러나 이곳에 안장된 채상병의 묘역은 찾지 않았다. 이에 '채상병의 묘역에 참배를 안 한 이유가 있나'라고 기자들이 묻자 김 후보는 "서해 수호, 국토 수호를 위해 순국하신 대표적인 천안함, 연평해전 순국선열의 묘역을 몇 분만 참배했다"며 "일일이 다 참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국 김 후보는 채상병 묘역을 찾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고, 대신 김 의원이 남아 채상병 묘역을 참배했다. 김 의원은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말 안타깝게도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졌지만, 아직도 그간의 수사 외압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 앞으로 저희 국민의힘이 이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VIP 격노설'로 촉발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있다.
그사이 김 후보는 대구로 향했다. 대구 서문시장은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즐겨찾던 '보수의 성지'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하루 더 머물며 집중 유세를 통해 보수 결속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선을 긋지 못하며 지지층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쇄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로) 마음을 모아 달라"며 입장문을 내 공개 지지까지 표명해 외연 확장은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다.
김 후보가 당 사무총장으로 친윤석열계 중진 박대출 의원을 내정한 점도 윤 전 대통령과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일례로 꼽힌다. 이 같은 김 후보의 태도에 김 후보와 대선 경선 결선에서 맞붙은 한동훈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단호한 절연"을 촉구하며 선대위 합류를 거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전광훈 목사와의 밀접한 관계 역시 그림자처럼 붙여두고 있다. 김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박종진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와 전 목사의 관계에 대해 "태극기 활동도 같이하고, 친했는데 지금 멀어질 이유가 뭐 있나"라며 "전 목사가 '탄핵 반대 운동'을 이끈 분이다. 인정할 건 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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