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3일 후보 선출 일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공고히 했다. 당내 '반탄(탄핵 반대)파' 정체성을 부각한 김 후보는 후보직을 수락하는 자리에서조차 비상계엄에 관해 사과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 것을 야당의 "독재"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종합 득표율 56.53%로 한동훈(43.47%) 후보를 꺾었다.
김 후보의 당선 요인으로는 '탄핵 반대' 당심이 꼽힌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한 후보와 달리 탄핵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온 김 후보는 당내 친윤석열계를 비롯해 '반탄파'의 지지를 받아왔다. 앞서 4강에서 '간발의 차' 탈락이 평가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표도 김 후보에게 쏠렸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들의 지지와 환호 속에 단상에 오른 김 후보는 후보직 수락 연설에 나서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역사상 최악의 국회 독재가 아닐 수 없다. 벌써 두 번째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했다"며 "국회가 대통령을 끌어내고 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지배하며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류 정치가 대한민국 경쟁력을 깎아 먹고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하는 바람에 두 번이나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도 했다.
이어 김 후보는 "낡은 19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추진하겠다. 정치와 사법,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며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감사하고, 사전투표 제도를 폐지하겠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우세력이 주장해온 부정선거 음모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무소속 대선주자로 출마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예선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도 김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국민과 우리 당원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광훈까지 품나…"반이재명 빅텐트 넓게"
김 후보는 이어진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 전 총리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조금 전 저한테 전화했다. 여러 가지 축하와 격려의 말도 했다"며 "한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 내각에서 각각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일한 접점이 있다.
단일화의 목표는 '반이재명'뿐이었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과 손잡고 같이 일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언론에는 "왜 윤석열의 잘못은 이야기하면서 이재명의 잘못은 이야기하지 않는지,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민주당의 비민주성, 89.77%(이 후보의 경선 득표율)의 유례없는 독주, 독재, 횡포 이런 것은 더 비판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김 후보는 단일화 방식에 관해서는 "숨 한 번 돌리고 답하겠다"며 "당원들도 오늘 절 뽑아줬는데 단일화 방법을 오늘 내놓는다 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 허탈하지 않겠나"라고 즉답을 피했다.
'탄핵의 강'은 건널 의사가 없는 듯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돼 '당무 우선권'을 쥔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제명 혹은 출당 의사를 묻는 질문에 "생각해 본 적 아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란 선동'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출마 의사를 밝힌 자유통일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반이재명 모든 부분을 넓게 빅텐트 하겠다"고 문호를 열어뒀다. 앞서 김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전 목사를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탄핵 찬성파로 결선 상대였던 한동훈 후보 측과의 협력 문제를 포함한 당내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한 후보뿐만 아니라 저하고 (대선 경선에서) 경쟁한 모든 분을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모실 생각"이라며 '통합 선대위' 구상을 언급했다.
6.3 대선후보 등록일은 오는 11일까지다. 당 지도부는 이날 전까지 후보 단일화를 마무리해 김 후보 혹은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서 맞는 김 후보의 첫 주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논의에 매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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