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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오픈런, 중고거래, 야구장 예매까지…수도군단장, 부하 군인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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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오픈런, 중고거래, 야구장 예매까지…수도군단장, 부하 군인에 '갑질'

군인권센터 "박정택 수도군단장과 배우자, 부당 지시 알면서도 갑질…즉시 보직해임해야"

박정택 수도군단장과 그의 배우자가 부하 군인들에게 수영장·야구장 예매, 중고물품 거래, 반려동물 밥 챙겨주기 등 업무 범위를 벗어난 사적 지시를 1년간 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수도군단장와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저지른 갑질 피해에 대해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부당 지시 내역을 밝혔다.

센터가 접수받은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박 수도군단장은 비서실 근무자 A 씨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을 해야 하니 좀 알아오라'며 한 수영장에서 개시된 아쿠아로빅 접수과정 방법을 확인해 오라고 지시했다. 이후 새벽 6시 선착순 현장 접수를 받는 수영장에 7개월 동안 총 4차례 접수를 지시했으며, A 씨는 새벽 4시부터 수영장 문 밖에서 대기하다 접수한 뒤 근무지로 돌아와 본인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중고거래 대리구매 지시도 내렸다. 박 수도군단장은 비서실 씨에게 자신이 키우는 앵무새가 들어갈 새장을 큰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기존의 새장을 판매하고 새 새장을 사는 중고거래를 지시했다. 중고거래를 시킬 때에는 "네고(에누리) 안 되느냐"며 부하 군인에게 에누리를 해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야구 구단인 '한화 이글스' 점퍼 대리구매와 야구장 예매도 지시했으며, '전에 같이 있던 부관은 아는 사람이 선예매권이 있어서 부탁해 구경했었다'는 등 전 근무자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자녀 결혼식을 도우라는 사적 지시를 하면서도 식사는 금지시켰다. 박 수도군단장은 휘하 간부에게 장녀 결혼식 수행을 위해 새벽 5시까지 관사로 와 자신과 배우자, 작은딸을 태워 메이크업샵으로 운전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간부에게 결혼식장까지의 운전, 하객 150명 인원관리, 자리 안내, 화환 정리, 짐 나르기 등을 추가로 명령했으며 '결혼식에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이 150명으로 한정돼 있으니 150명이 다 왔으면 밥을 먹지 말라'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수도군단장와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저지른 갑질 피해에 대해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부당 지시 내역을 밝혔다. ⓒ프레시안(박상혁)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수도군단장와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저지른 갑질 피해에 대해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부당 지시 내역을 밝혔다. ⓒ프레시안(박상혁)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수도군단장와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저지른 갑질 피해에 대해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부당 지시 내역을 밝혔다. ⓒ프레시안(박상혁)

이외에도 길고양이 포획·입양, 반려동물 밥주기, 택배 심부름, 관사 내 싱크대 교체, 얼음정수기· 재떨이 설치, 화장실 보수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사적 지시를 해왔다. 본래 관사 보수와 관린의 책임은 수도군단 인사처 주거관리과 관리실 소관이나, 박 수도군단장은 일으 지시하기 번거롭단 이유로 비서실에 지시했다.

박 수도군단장 측은 사적 지시가 부당함을 알면서도 부하 군인들에게 지시를 내려왔다. 제보에 따르면, 박 수도군단장 배우자는 근무시간을 벗어난 주말 부하 군인에게 '수영장 오픈런' 관련 연락을 취하며 "개인적인 일로 주말까지 신경 쓰게 해 미안하다"고 했다. 박 수도군단장도 비서실 직원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는 사적 지시를 내리지 않다가 부사관 직원들과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했다.

피해 군인들은 군 내부에 부당 지시를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육군본부 감찰실장이나 지상작전사령부 감찰실장은 박 수도군단장에게 인사하러 올 정도로 친분이 두터우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비상계엄에 연루돼 직통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피해 군인들은 군인권센터에 "장군을 밀착 수행하는 비서실에 사적 지시가 아주 없을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많은 지휘관을 모시면서 이런 황당한 수준의 지시는 받아본 적도, 요구받은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모시는 사람'이니 꾹 참고 명령을 이행했지만, "말 지키지 마", "너 표정을 왜 그따위로 하고 다니냐?"와 같은 폭언까지 들으며 인격을 무시당하자 결국 폭로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장군이 비서실 군인들에게 갑질을 저지르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 등 부당 지시를 내린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의 배우자 또한 충남 계룡 공관에서 다육식물을 얼어죽게 했단 이유로 공관병을 1시간가량 감금하는 등의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갑질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군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자체적으로 요란한 수사를 벌이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또 비슷한 사건이 터져나온다"며 "사실상 우리 군에 장성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자정기능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군 지휘부를 보좌하는 비서실, 부관직 등 모든 보좌 군인의 업무실태를 점검하고 지휘관 당사자와 그 가족이 군인을 노예 부리듯 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박 수도사령관 관련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 질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별도로 공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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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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