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측의 회유가 있음에도 북한군 누구도 여기에 투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북한군 포로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황이라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외교부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옛 소련의 공산당 청년동맹의 기관지였고 현재는 민영화된 언론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와 인터뷰에서 북한 군인들이 지난해 6월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 해방 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북한 군인들이 2024년 6월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에 따라 쿠르스크 국경 지역 해방 작전에 참여했다"며 "북한 동지들이 보여준 단결은 양국 관계가 매우 높은 수준의 진정한 동맹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다음날인 2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이 공개됐다.
이 전문에 따르면 제4조에서 양측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당시에도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1961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이후 이를 대체하기 위한 조약이 이번에 체결된 것이며, 이전 조약에는 없었던 '자동개입' 성격이 명시되면서 북한군 개입의 근거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해당 매체는 지난해 6월 이 조약이 체결된 이후 "북한군이 점차 러시아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북한군이 "처음에는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으며 현대 전투 전술에 익숙해지고, 드론(무인기) 조종 기술을 습득하고, 현장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북한군은 일관성, 규율,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놀라운 인내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이들은 대부분 젊고 강하고 열정적이며, 고국에서 잘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특히 그들은 특수작전부대였다"고 전했다.
매체는 러시아와 북한군이 "코레네프스키 지역의 해방과 스타라야, 노바야소로치나 근처의 전투, 그리고 쿠릴리브카 지역을 돌파하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며 "그들은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서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되고 항복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런데 적들은 '항복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북한 위조 지폐를 뿌려 항복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들이 입수한 지폐에는 우크라이나 측이 "김정은이 당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당신 가족들을 굶겼다. 노란색 깃발을 앞에 들고 손을 들어 '자유!'를 큰 소리로 외쳐라.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서 그들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라"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단 한 명의 한국군 병사도 자신의 맹세나 동맹국에 대한 의무를 어기지 않았다"며 투항한 병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9일 <조선일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한 북한군 포로의 인터뷰를 보도했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매체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북한은 현대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얻고, 잠재적인 적(집단 서방)의 전술과 기술을 연구하고, 제재로 인해 얻을 수 없었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이러한 작업은 완료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북한은 양자 협정의 틀 안에서 우리 땅에서 우크라이나 집단을 격파하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며 "그들의 도착으로 우리는 전선의 다른 구역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하지 않고도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공세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매체는 "러시아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전투임무를 수행한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높은 전문성과 전투에서의 강인함과 용기를 보여줬다"며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쿠르스크 지역 해방에 대해 보고하면서 이를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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