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푸른 계열의 옷을 입어 구설수에 올랐다. 검은색 또는 짙은색의 옷을 입은 다른 참석자들 사이에서 유독 트럼프 대통령만 튀어 보였기 때문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의 장례식 중에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며 교황을 추모하기 위해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 모인 다른 지도자들과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검은 옷),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검은 옷),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검은 옷), 이탈리아의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검은 옷) 사이에 있었다"며 "트럼프? 그는 파란 옷을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장이 "어두운 파란색도 아닌 선명하고 사파이어 같은 파란색에 넥타이를 매치했다"며 "검은색과 빨간색 사이에서 표지판처럼 튀어나와 있었다"고 묘사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옷차림이 "행사의 복장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지 않았다"며 바티칸 측에서는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남색에 가까운 짙은 파란색 옷을 입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옷 색깔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벗어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브리짓 마크롱(프랑스 영부인)이나 질 바이든(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인)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디자이너 돌체 앤 가바나의 검은색 코트와 검은색 베일을 쓰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만 유독 파란색 옷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색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구의 규칙도 따르지 않고 오직 자신의 규칙만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도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세간의 평가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평소처럼 이 행사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멋진 영부인과 함께 대통령 같은 모습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대통령과 영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기렸다. 훼방을 놓으려는 사람들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신문은 지난 2월 말 미국에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트럼프 지지 성향을 가진 인사가 정장을 입고 오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일이 있었다면서, SNS 사용자들 사이에서 당시의 일이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났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 중 한 명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의 남자친구인 브라이언 글렌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정장 입는 것을 왜 거부하나? 정장이 있기는 한가?"라고 따지듯 물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 조문 차 바티칸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다른 배석자 없이 성베드로 성당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만남은 지난 2월 말 백악관 회동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협상 카드가 없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에도 이같은 메시지를 밝히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를 공습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 거주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할 이유가 없다"며 "아마도 그가 전쟁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그저 나를 속이고 있을 뿐이며, '금융 제재'나 '2차 제재'를 통해 다르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소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백악관 역시 이전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백악관은 양 정상이 15분 정도 만났다며 "매우 생산적"인 회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회동에 대해 "공동의 결과를 이룬다면 역사적인 사건이 될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회담"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도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이 역사적인 회담의 중요성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두 정상"이라는 글과 함께 양 정상이 만나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BBC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양 정상의 두 번째 회동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이후 성 베드로 대성당을 떠났고 이후 로마에서 미국 전용기가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에 대한 추모 행상 이후 바티칸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고 이어 영국 대사관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및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언 EU 집행위원장과 별도 회담을 가졌다.
앞서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푸틴 대통령 간 3시간 회담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26일 푸틴 대통령이 위트코프 특사에게 러시아가 "전제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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