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일각의 이른바 '한덕수 대선 차출론'을 놓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이던 홍준표 후보에 이어, 한동훈 후보도 24일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덕수 총리와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자신과 한 대행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홍 후보도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서 "한 대행이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출마한다면 제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협상의 길은 열어 놓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관해 "혼미한 이 정국에서 제가 해야 하는 내 나라를 위한 마지막 소명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애초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주자 중, 김문수 후보를 제외한 3인은 한 대행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한 후보와 홍 후보 모두 한 대행의 출마설이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해왔다. '한덕수 차출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아 온 한 후보는 "당의 경선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홍 후보도 "한 대행 문제는 고려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던 두 후보의 입장이 이처럼 우호적으로 뒤바뀐 배경에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임박했다는 분석,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층의 한 대행에 대한 기대 심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경선은 1차 경선(100% 여론조사)과는 달리 당원투표 50%를 반영하기에, 이른바 당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대선 주자로서 한 대행의 지지율이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집계되는 상황도 각 주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시종일관 모호한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현재는 한 대행의 결단이 오는 29일로 임박했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29일은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5월 4일)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예정된 날이자, 동시에 국민의힘의 2차 컷오프(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한 대행에게 연이어 우호적 사인을 보내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차출설에 대해 "한 대행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고, 빅텐트가 됐든 당내 경선이 됐든 (이 역시) 경선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구체적인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야당의 한 대행 공격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신 대변인은 "아직 한 대행이 어떤 의사표시도 없는데 민주당이 한 대행을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다"며 "일부 의원의 표현이 너무 지나치다. 한 대행에 대해 '이완용'이라든지 이런 표현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헀다.
국민의힘 2차 경선에 진출한 4강 후보들 가운데 현재까지 한 대행의 대선 도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안철수 후보가 유일하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행의 출마는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부디 출마하지 말라"며 "한 대행은 탄핵당한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국무총리였다. 국정 실패, 계엄, 탄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적었다.
안 후보는 같은 날 채널A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도 "한 대행은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며 "한 대행은 최선을 다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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