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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내가 아는 어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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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내가 아는 어느 도시 이야기

내가 아는 어느 도시 이야기다.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하여 그 중 수위가 낮은 말로 시작해 보자.

“안경 벗어봐라”, “화장하고 다녀라”

환갑을 바라보는 내가 아는 어떤 도시 나으리(표준어는 ‘나리’)께서 나이 어린 여성 공무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더 해괴망측한 발언도 있었다지만 이 나으리를 망신주는 게 목적은 아니니 넘어간다.

옛날 하고도 먼 옛날 비행기에서 담배 피던 시절에는 어린 여성에게 “남자친구 있느냐” 묻는 게 덕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딸 같은 여성일지라도 함부로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이런 말을 아직도 덕담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꼰대’다

설사 형사처벌을 피해갔다고 해도 부끄러워해야 하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내가 아는 어떤 도시 나으리는 피소된 뒤 검찰로부터 무혐이 처분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백함을 믿어준 시민과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했다.

여전히 자신의 행위가 ‘딸 같은 직원에게 하는 덕담 정도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유난히 내가 아는 어느 도시 나으리들은 부끄러움이 없다.

대장 나으리는 고통을 호소하는 어린 여성 공무원을 돕기는커녕, 나무라서 일을 키워 놓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나으리들 사이에 있었던 강제추행 사건도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였으면 재판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남성 나으리 역시 여전히 상대가 느낀 수치심보다 “의도하지 않은 신체접촉”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바쁘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거침없이 공직자에게 육두문자 날리는 나으리도 있었고, 남녀 나으리들이 서로 어울려 음주가무를 즐기시다 추문을 낳은 나으리도 있으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 나으리는 “내가 대장인데 왜 내 맘대로 못하느냐”며 몽니를 부리신다.

직원 인사도 내 마음대로 하시고, 감사원 조사 결과도 무시하신다.

대장 나으리를 불신임하자는 일부 나으리들이 있으시나 말 뿐이다.

실로 역대급이라 할만하다.

부끄러움은 시민 몫이다.

나으리(높으신 분)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시험 보고 되신 나으리, 또 하나는 시민이 뽑은 나으리.

내가 아는 어느 도시 나으리들을 보고 있자면, 선출직 나으리들도 최소한 자격시험은 봐야 하지 않겠나...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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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장찬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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