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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30 '응원봉 여성' 호명 꺼리는 민주당,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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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30 '응원봉 여성' 호명 꺼리는 민주당, 비겁하다"

[인터뷰] "차별금지법, 지금은 아냐…이재명 감세정책, 민주당 가치 해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주당이 빛의 혁명에 참여한 2030 여성들의 호명조차 꺼리고 있는 상황은 반성해야 될 일"이라며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 여성 이슈에 소극적인 당내 분위기를 작심 비판했다.

김 지사는 21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빛의 혁명에서 2030 여성들의 참여는 정말 놀랍고 반가운 일"이라며 "이 문제에 있어서 당이 전향적으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 17일 공개한 정책자료집에서 "여성을 위한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비동의강간죄 개정 △위헌 판결 낙태죄 개선 입법 △여성가족부 기능 확대 및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여성 청년들이 주도했던 탄핵 시위를 '응원봉 떼창'이라는 상징과 '빛의 혁명'으로 치켜세웠으나 정작 여성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동덕여대 학생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기자회견 전날 이를 취소하는가 하면, 당 대표였고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여성 의제에 대해 침묵해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이 여성 이슈에 침묵하거나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 대해 '안티페미(反여성주의)' 성향을 보이는 일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지사는 이같은 당내 분위기에 대해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선거 전략적인 것이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던 것에 대해 김 지사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일은 전 부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여성부는 '존속'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모든 부분에서의 차별은 없어야 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법'으로까지 가는 것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생산적으로 토론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차별을 막기 위한 제도적 논의는 당연히 계속돼야 한다"면서도 이같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지사는 한편 '어대명' 경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난 주말 경선 결과에 대해서는 "야구로 치자면 9회 중 이제 2회 끝난 것"이라며 "'약속의 8회'라는 말이 있듯, 8회에서 역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19~20일 충청·영남권 경선 결과 누적득표율은 이재명 전 대표 89.56, 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동연 경기도지사 각각 5.17%, 5.27%에 그쳤다.

그는 이 전 대표의 감세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금 얘기하는 양적 성장의 논리나 감세의 논리는 대선을 앞둔 '표'퓰리즘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 포용과 공정의 가치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 있는 대선 후보라면 앞으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증세를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너지믹스'와 결을 달리했다. 김 지사는 "기존 건설 중인 원전(핵발전소)은 유지하되, 수명이 다한 원전은 철저한 안전 점검을 거쳐 가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이미 태양광 발전을 원전 1기 수준까지 늘린 경험이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프레시안 : 지난 주말(19~20일) 경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 경선 룰 문제와 좀 이어져 있는 측면이 있는데, 김 지사는 경선 룰 결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오지 않았나.

김동연 : 우리 당원동지 여러분들께서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담담히 수용한다. 다만 이제 야구로 얘기하면 2회 끝난 거다. 앞으로 9회 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신 충청·영남 당원이 한 20만 좀 넘는 것 같더라. 호남과 수도권에 90만 이상이 남아 있다. 또 국민 여론조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야구로 얘기하면 9회 중에 이제 2회 끝났다. 우리 국가대표 야구팀이 큰 경기에서 보통 8회에 역전을 시킨다. 그래서 야구계에서는 '약속의 8회'라는 말이 있다. 약속의 8회에서 역전시키겠다.

경선 룰은 솔직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주당이 해왔던 국민경선제를 뒤집었다. 그 경선 룰이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당선시킨 룰이고 이재명 후보 역시 지난번에 그 룰로 후보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 그리고 실질적인 토론회를 한 번밖에 안 한 게 아쉽다. 나머지 토론회들은 다 국민 여론조사 후에 하고 있지 않나. 국민들에게 부끄럽다. 그렇지만 당원들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따르겠다. 룰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 벌어진 판에서,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처럼 최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경쟁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는 국가 투자 성장을 경제 해법으로 공약하기도 했고 상속세, 종부세, 금투세 그리고 근로소득세 감세까지 주장하는 우클릭 노선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 전문가로서 이에 대한 평가는?

김동연 : 20년 전 흘러간 레코드를 틀고 있다. 성장과 분배 문제에 대해서 앞뒤를 다투는 건 20년 전 얘기다. 그 틀을 깨려고 제가 노무현 대통령 때 '비전2030'을 만들었다. 그 전에는 성장을 우선시하며 파이를 키워서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식이었다. '비전2030' 보고서는 동반 성장을 이야기했다.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가야 하고, 분배는 사회적 투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게 20년 전 제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해묵은 레코드만 트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지금 얘기하는 양적 성장의 논리나 감세의 논리는 대선을 앞둔 '표'퓰리즘이라고 생각을 한다. 성장은 굳이 붙이자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어야 한다. 감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 중 포용과 공정의 가치를 해치고 있다.

감세는 주로 부자 감세다. 우리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그런 포용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감세로 무너져 내리는 나라를 어떻게 감세로 구하겠나. 그래서 민주당이 지금 감세 정책을 얘기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책임 있는 대선 후보라면 앞으로 복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증세를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된다.

프레시안 : 이재명 전 대표는 자신의 감세 주장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정부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증세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반박하고 있다.

김동연 : (증세를) '민간에 떠넘긴다'고 하는 것은 경제 메커니즘을 모르고 하는 얘기로 적절치 않다. 가계, 기업, 정부. 이 경제 주체 셋 간에는 서로 간에 역할 분담이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국가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 부분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투자다. 같은 걸 놓고 민간과 재정이 같이 투자하는 게 아니다. 민간이 할 일이 있고 정부가 할 일이 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추경이라든지,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 인력 양성, 이런 부분들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정부가 투자함으로써 생태계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취약계층으로 하여금 우리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민간은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 상생이 선순환이 되면은 세금이 더 걷히고 경제 규모가 커진다. 그렇게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금이 더 걷히고 이제 건전한 재정으로 갈 수 있게 된다.

프레시안 : 지난 17일 공개한 정책자료집에서 비동의강간죄와 위헌 낙태죄 개선 입법이 눈에 띄었다. 당에서는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2030 여성들에 대한 호명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나.

김동연 : 민주당이 빛의 혁명에 참여한 2030 여성들의 호명조차 꺼리고 있는 상황은 반성해야 될 일이다.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선거 내지는 전략적인 것이지 않을까. 이 문제에 있어서 당이 전향적으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단 이번 빛의 혁명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유리 천장 깨기 등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10% 포인트 높이는 것, 그리고 그 우수한 인재들이 거의 사장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한 발짝도 더 갈 수 없다. 특히 이번 빛의 혁명에서 2030 여성들의 참여는 정말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이 분들의 에너지와 열기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등을 끌어냈으면 좋겠다.

비동의강간죄 문제는, 폭력과 협박이 없는 강간이 70%에 육박하는 게 현실이다. 현행법처럼 '폭력과 협박'이 범죄구성요건인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경기도지사가 되어서 재난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한 상황을 보면, 그 분들에 대한 공감과 피해 해결은 피해자 중심이 된다. 그렇다면 이 강간죄는 어떻겠나. 피해를 받은 여성의 입장을 중심으로 해야한다. 그런 현실을 고려해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얘기했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다.

김동연 :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얘기다. 정부 조직으로 얘기하자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일은 전 부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하는 것은 상징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 저출생, 여성 문제, 기후 변화 등은 전 부처가 신경 써야 하는 문제로 한 부처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여성부는 '존속'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프레시안(최용락)

프레시안 : 소수자 관련된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김동연 : 모든 부분에서의 차별은 없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금 시점에서는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슬기롭게 해결될 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제가 정부에 오래 있다 보니, 어떤 이상적인 좋은 법이 있고 직관과 경험으로 '저게 맞는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 법이) 사회적 갈등을 많이 만들어낼 때가 있다. 아직 그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성숙이 안 됐을 때 그런데, 이것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차별은 없애야 하지만 '법'으로까지 가는 것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생산적으로 토론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차별을 막기 위한 제도적 논의는 당연히 계속돼야 한다.

프레시안 : 이재명 전 대표는 에너지 정책으로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등 핵발전 유지 정책과 재생에너지 개발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핵'을 추진했는데 '에너지믹스'가 민주당 기조에 맞는 정책이라고 보는지, 후보의 에너지 정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동연 :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탈핵)'이라는 표현을 쓴 건 잘못됐다. 탈원전이 아니다.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에너지믹스'는 기존 건설 중인 원전은 건설하고, 기존 건설된 원전의 수명이 다하면 안전 점검을 해서 가동하는 것으로 안다. 또, 원전 신설 계획 3기 중 2기 신설에도 동의를 해준 것으로 알고있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입장이 다르다. 기존에 건설 중인 원전은 유지하고,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은 시한이 끝나면 완전한 안전 점검을 해서 가동시킨다는 점까지는 같다. 하지만 (나는)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석탄 발전소를 폐쇄할 것이다. 경기도에서 이미 본을 보인 바 있다. 제가 취임해서 늘어난 태양열 발전량이 원전 1대만큼이다. 에너지 믹스에 있어서 원전 정책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도 최대한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드는 식으로 대체해야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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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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