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장애인의 날)을 맞아 1년 만에 재개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두고,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등 우익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치를 해온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공공을 인질로 잡은 투쟁은 연대가 아니라 인질극"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전장연 때리기'나 반여성주의 언행을 통해 혐오정치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의원은 21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장연은 또다시 이 노선(서울지하철 4호선)을 멈춰 세우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 "정책 요구를 할 자유는 있지만 수십만 명의 일상과 생계를 볼모로 삼을 권리는 없다"고 했다. 그는 또 "그들이 외치는 건 이동권이 아니라 탈시설 정책 예산"이라고도 했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장애인 노부부 추락참사를 계기로 20년 이상 이어져온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사실은 장애인 탈시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금전 목적 투쟁'이라는 의혹 제기성 주장이다.
이 의원은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를 겨냥 "국민의힘 대표 시절 저는 전장연 박경석 대표와의 JTBC 공개토론에서 직접 마주앉았다"며 "그 자리에서 드러난 건 소통이 아닌, 정해진 결론만을 강요하는 '답정너 투쟁'이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과거 국민의힘 대표 시절 본인이 이동권 시위를 맹비난한 데 대해 당 안팎에서 '혐오정치'라는 비판이 인 것을 두고도 "낙인찍기식 PC주의", "(시위를) 비판하면 '장애인 혐오자'라는 낙인을 찍는 일부 언론과 세력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판하는 자신의 모습을 두고 "정치란 인기와 원칙 사이에서 결단하는 일"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금 침묵하는 정치인들이 두려운 건 불편한 진실이 아니라 자신의 표"라며 "(전장연의) 부조리에 침묵하는 자들이 대통령을 한다면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전장연은 비판해 마땅할 "극단적 소수"이며, 본인은 이에 맞서 "결단"하는 정치인이라는 식으로 자화자찬한 것.
그는 심지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사람은 해야 할 일을 한다. 개인적 불이익과 장애, 위험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모든 도덕의 출발점이다"라는 발언을 인용해 "3년간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한 정치인은 저 하나뿐"이라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1년 당시 이른바 '적극적 시정조치(어퍼머티브 액션)'를 통해 미국사회 내의 인종차별 타파를 이끈 인물이다. 반면 이 의원은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혐오발언을 지속해온 이여서 그가 자신을 케네디에 비긴 것은 아이러니로 여겨진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인 지난 2022년에도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비문명"이라 비난한 바 있다. 장애인 단체를 향한 "최대다수의 불편을 야기하는 이기적이고 비문명적인 투쟁 방식"이라는 그의 비난에, 당시 시민사회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등 같은 당 내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페이스북에 "이준석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당시 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됐다"고 쓸 정도로 한국 정치권의 대표적 '안티 페미니즘'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 의원은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지속적으로 부정함으로써, 페미니즘에 적대적 경향을 갖는 20대 남성 계층을 결집하는 '이대남 전략'을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1년 한 신문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또 "여성의 기회 평등이 침해받는 이슈가 '있다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특정이 가능한 이슈여야 한다"며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 막연히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 인터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고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비판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여성 공직할당제를 "수치적 성평등에 (대한) 집착"이라고 주장하는 일간지 기고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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