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주요 주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두고 맞붙었다. '탄핵 찬성파'로 묶이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않으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취지로 공세를 폈는데, '탄핵 반대파'로 분류되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진하야 기회를 줘야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탄핵은 민주당 탓"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19일 김문수·안철수·양향자·유정복 후보자에 이어 20일 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후보자가 참여한 1차 경선 토론회를 연이틀 열었다.
20일 한 전 대표는 홍 전 시장과의 주도권 토론에서 "저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고, 그래서 앞장서서 막았다. 국민이 먼저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비상계엄에 반대하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닌 경미한 과오라고 생각하시는 국민들도 계시는 것으로 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그런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후보도 (지난해) 12월 4일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0일에는 '홧김에 서방질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홍 후보님도 계엄을 반대한 취지로 이해했다. 그런데 탄핵에 대해서는 또 반대 취지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탄핵을 반대하면서 '실질적으로 (비상계엄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 2시간만의 해프닝이었다'"고 봤다며 "그러면 대통령한테 자진하야를 할 기회를 주자, 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그렇다면 홍 후보도 대통령이 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했던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홍 전 시장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하야하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더 이상 통치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우리 당 의원 상당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12명 중 10명이 똑같은 생각이었다"고 시인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 되자 반대로 "배신자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며 한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입장을 문제 삼았다.
한 전 대표는 "저는 국민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계엄을 저지했다"며 "역으로 물어보겠다. 홍 후보가 12월 3일 10시 반에 당 대표로서 제 입장에 있었다면 계엄을 막았을 건가? 대통령에게 잘했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홍 전 시장은 "나는 대구시장으로 있었다. 가정으로 할 수는 없다"며 답을 피했다.
한 전 대표는 '탄핵 반대파'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에게는 "윤석열 신당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며 우회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을 왜 자꾸 끌어들이나"라며 "한 대표가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역공을 폈다.

전날 토론회에서는 안 의원과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소재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안 의원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지 않았나"라며 "탄핵 이후 국무위원으로서 국민께 사과하셨나"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탄핵에는 여러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탄핵 문제에 대해 사과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그게 문제"라며 "민주당 지금 전략이 다음 대선을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끌고 가는 것이다. 반성과 사과가 없으면 이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선에서 필패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우리를 '계엄옹호당'이라고 밀고 있고 많은 국민이 거기에 설득당하고 있는데 여기서 빠져나와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저는 오히려 '왜 대통령께서 계엄을 했나'를 본다. 민주당의 30번에 걸친 줄탄핵" 때문이라며 윤 전 대통령 파면 판결에 대해서도 "물론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헌재에서 다 분석하고 판단해 8대0 판결이 나왔다"며 "비상계엄을 옹호해 헌법 가치를 훼손하면서 어떻게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맞받았다.
김 전 장관은 "저는 비상계엄을 옹호해 본 적도 없고, 찬성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께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사정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윤 전 대통령 편을 들었다.

한편,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 일부는 토론회 앞뒤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차출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이날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출마설에 대해 "언급 안 하겠다"면서도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이 우리로서도 나쁜 것이 아니다. 경선이 밋밋한데 화제를 불러일으킨다"고 긍정적 입장을 표했다.
김 전 장관도 전날 대구 경북대에서 진행한 청년 토크쇼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출마설에 대해 "요즘 좀 잠잠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출마하는 것으로) 되고 있다"며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이날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행보가 좀 아쉽다. 한 마디로 당당하지 않은 것"이라며 "한 대행이 당당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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