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가졌지만 결국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에 실패했다. 한 대행과 트럼프 간 통화를 높게 평가하며 외교 분야 행보를 통해 그를 대통령 후보로 띄우려던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전략이 다소 머쓱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한국에 대한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발효되는데 대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에너지부 내부 절차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해제에는) 물리적으로 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1980년대에 이어 또 다시 민감국가에 지정된 것에 대해 "특대형 외교 참사"라며 "그동안 외교부나 관련 부처는 뭐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차관은 "(민감국가 지정은) 미 에너지부 내부 절차로 대외적으로 밝히게 되어 있지 않고 (민감국가) 목록과 관련해 국가들을 운운하게 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라 대응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앞으로 신속하게 (민감국가 사안을) 협의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한미 간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9일 <한겨레>는 한미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에너지부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산하 국립연구소들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14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는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됐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후 17일 외교부는 "미측을 접촉한 결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안보 사고로 인한 민감국가 지정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외교부는 민감국가 지정이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미 에너지부가 국가 안보나 테러지원국, 또는 핵 비확산 문제와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등의 이유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 한국이 지정된 이유는 핵 비확산 문제 때문 아니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이 핵무장론을 꺼내 들면서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감국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급한 불부터 끄는 방법은 먼저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사건을 하루빨리 기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 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이후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28분 간 통화를 하자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행의 대응이 "효과적이고 적절했다"며 본격적으로 한 대행 '띄우기'에 나섰다.
10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통화 이후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 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양국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통상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 대행의 대응이 매우 효과적이고 적절했다고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이는 한국만 유예된 것이 아닌, 미국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유예되는 것이어서 한 대행의 대응으로 인해 나온 결과라고 해석하긴 어렵다.
오히려 한미 정상급의 통화를 통해서도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 위원장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한 대행과 트럼프의 통화가 실제 내용적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효력이 내일 15일부터 발효된다. 권한대행들이 다들 '난가 병'에 걸려 있으니 제대로 대응했겠나"라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대처가 불러온 참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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