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관이 취임 일성으로 "'대한국민'이 보여준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의지와 헌신"에 존경을 표하며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마 재판관은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헌법 전문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담긴 '대한국민'을 두 차례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마 재판관의 취임은 국회에서 선출된 지 104일 만이다.
마 재판관은 "우리 대한국민이 보여준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헌신을 바탕으로 헌재는 민주주의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력과 승복의 미덕을 갖춘 성숙한 시민 의식에 감탄하고 있다"며 "저의 숨길 수 없는 존경의 마음을 대한국민과 여덟 명 헌법재판관,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우리 국민이 피와 땀을 흘려 함께 지켜온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원리와 질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불철주야로 노력해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마 재판관은 자신의 임명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저의 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분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오로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가치들인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사회국가 권리 등 헌법의 기본 원리만을 기준으로 삼아 헌법을 해석하겠다"고 했다.
마 재판관은 "저출산과 고령화, 기후위기, 젠더 문제 등 새로운 과제와 관련하여서도 헌법에 따른 문제 해결의 기준이 도출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면서 "(헌법재판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 배려를 바탕으로 하여 다수의 견해를 존중하되 맹종하지 않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치우치지 않겠다. 균형 있는 시각과 공정한 태도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마 재판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으로부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첫 날이라 그렇게까지 말씀 올리기는 좀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새 재판관 임명은 6.3 대선 이후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숙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소추가 기각돼 직무에 복귀한 뒤에도 마 재판관 임명을 보류해오다가 전날 마 재판관을 임명했고, 이와 동시에 오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마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6일 '윤석열 계엄' 정국에서 정계선·조한창 재판관과 함께 국회 몫의 재판관 후보자로 선출됐다. 그의 임기는 이날을 시작으로 오는 2031년 4월 8일까지 6년이다.
오는 18일 문 권한대행 임기가 만료된 후에는 헌재는 7인 체제로 돌아가며, 이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김형두 재판관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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