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의 보호를 받다 성인이 돼 홀로서기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 3명 중 1명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년 평균 3배가 넘는 높은 자살 사고에는 만성적인 주거빈곤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주거환경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7일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제45권 제1호를 내고 지원·보호아동 및 자립준비청년 패널조사 데이터(489명)에 잠재계층 분석과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34.69%는 자살생각을 하고 있어 일반청년(10.5%)보다 3.5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자립준비청년은 남성보다 여성이, 부채가 없는 경우보다 있는 경우 자살생각 수준이 높아졌으며, 경제적 박탈 수준과 자살생각 수준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주거환경이 비교적 원만한 '경계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불안정 점유 및 주거비용 과부담형, 주택구조 성능미달형, 최저주거기준 미달형)을 비교했을 때 주거환경이 불안정한 유형의 자살사고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방음, 환기, 악취, 안전성 등의 주거환경적인 요소가 정신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공공임대주택 등의 주거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기간이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은 원가정에서 자란 청년들에 비해 가족 및 사회적 지지체계가 미흡하고, 경제적 자본이 부족하여 주거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에 거주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우 18.8%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데, 이는 서울시 전체 반지하 거주 비율인 5%보다 약 4배 높은 비율"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자립준비청년 45.3%가 주거지원 정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임대주택이 노후화 문제로 냉난방 문제, 누수 등의 결함이 있어 시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비 절감을 위해서는 △주거비 지원 양적 확대 △전세보증금 한도 상향 △주거급여 확대 △공동주거 유형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주거복지센터와 연계해 집수리 서비스, 물품 지원 등을 받는다면 주거빈곤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취약한 자립준비청년에게 하나의 사회적 지지체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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