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과 동진강을 품에 안고 '동아지중해'의 꿈을 꾸는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보고이다.
풍수에 익숙한 분은 금강과 만경강, 동진강이 운하처럼 하나로 이어지면 상전벽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내 천(川) 자에 세 갈래 물길이 이어지도록 점을 찍으면 고을 주(州)로 변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실 이 풍수가뿐 아니다. 마한과 백제, 후백제 시대를 이어오면서 새만금 일대는 동아지중해의 중심으 로서 강과 바다를 이용하는 교역을 활발하게 했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도 만경강을 이용하는 전주는 해항도시로서 물류교통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기도 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속에서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이 '새만금, 만경·동진강 뱃길 르네상스 시대를 연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는데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만금 지역은 동아지중해, 서해의 중심지였다.
중국 제나라 전횡 장군은 서해를 건너 청동검을 가져왔다. 이 청동검이 발견된 혁신도시 이서에서는 철기문화가 꽃을 피웠다.
곽장근 군산대학교 교수는 이 지역을 일컬어 '아이언 밸리(Iron Valley)'라고 부른다. '아이언 밸리(Iron Valley)'의 전통을 이어받아 혁신도시는 제3의 금융중심지로서 파이낸스(Finance Valley)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경강은 전주 금암동 '배멘데'를 출발해 삼례의 한내 회포를 지나 춘포(大場村)-목천포-화포-신창진-심포항을 거쳐서 서해의 바닷길과 연결된다. 중국에서 유학하던 경보스님이 921년 진훤대왕의 영접을 받으며 무역선을 타고 신창진으로 들어온 기록도 있다.
송화섭 전 중앙대학교 교수는 후백제 도읍인 전주에서 오월국 도읍지인 항주로 향하는 출발지는 덕진 나루터나 금암동 거북바위 아래 ‘배멘데’ 나루터로 추정한다.
‘배멘데’에서 회포까지 작은 돛단배를 타고 가며 회포에서는 좀 더 큰 중선배로 갈아타고 신창진(新倉津)까지 내려가고, 신창진에서는 사단항로를 따라 중국 항주만으로 떠났을 것으로 본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전주부 산천조를 보면 조수가 완주 삼례 회포까지 들어왔다. 바닷물이 7m 정도 높이로 만경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 중선배들도 회포까지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허목(1595-1682)은 『미수기언(眉叟記言)』에서 전주는 강해의 도회이고 물자와 재화를 실어 나르는 길목(全州江海之都會 物貨之途)이라고 기록했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2월 28일 새만금 뱃길 조성을 통한 문화경제 활성화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새만금 뱃길 조성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정재희 홍익대 교수는 “서해와 한강을 잇는 경인 아라뱃길은 수상 교통수단, 물류 기능을 넘어 아라마린 페스티벌, 마라톤대회, 카약 축제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축제 명소로 자리 매김했다”며 앞선 사례로 소개했다.
오정례 전북대 교수는 “국제공항과 신항만과 연계한 해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제2 아라뱃길 사업’을 새만금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새만금 뱃길에는 마한 고분군을 비롯해 익산천을 타고 백제 왕궁으로 가는 항로, 백제 부흥전쟁터, 후백제의 오월국과의 교역항, 선화봉사 고려도경의 외교현장, 진포대첩 승전지 등 무수한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거기에다 동포귀범, 비비낙안 등의 전주 8경, 김제 지평선, 붉게 저무는 심포항 서해낙조 등 관광자원이 즐비하다. 여기에 오토캠핑장, 야외 클라이밍 등 테마형 레저공간 조성과 부안 간척사 등 지역문화를 활용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새만금 뱃길 조성을 통해 새만금과 군산, 김제, 부안 그리고 익산까지 하나로 잇는 역사·문화를 복원하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목의 기록처럼 전주는 항구로서 강해지도이자 물화지도였다. 본래 기능을 되살리면 후백제 도읍지이자 조선 3대 도시로서 번영을 다시 누리게 될 것이다.
새만금 뱃길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주항의 부활이다. 만경강 수로와 연안을 잘 정비해서 전주를 비롯해 익산과 김제, 군산, 부안 등 새만금 일대를 운하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김경안 청장의 구상은 오래된 미래로서 역사의 지혜를 갈고 닦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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