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대망론'을 내세우며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영록 전남지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영록 지사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내란의 혼란속에서 빛의 혁명과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낸 이재명 대표가 시대정신을 대표한다는 신뢰와 믿음으로 함께 동행하겠다"고 이 대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더 강한 민주주의, 더 단단한 시장경제를 위해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국민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전남의 도약과 호남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이미 지난 2월초 국회에서 광주·전남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청, 대선 출마의지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호남을 빼놓고 침체된 정치 체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주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며, 정치적 무관심보다는 적극적으로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 체제로 가야 한다"고 호남을 대표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내 유일 호남 대선 주자임을 강조하며 정치 보폭을 넓혀 왔다.
하지만 김 지사의 대권행보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각은 차가웠다.
특히 민주당내 대선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도 전남지사직 사퇴는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그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일었다.
대권 도전 선언은 전남지사 3선 안착을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김 지사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차가운 여론은 현실로 다가왔다.
KBS 광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월 13~15일 광주·전남 지역민(만 18세 이상 남녀 1608명)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범진보진영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를 얻는데 그쳤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6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이낙연 8%, 김동연 6%, 우원식 3%, 김부겸 3%, 김경수 1%, 박용진 1%순이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4p, 응답율 14.7%, 100% 무선전화면접,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같은 여론 흐름 탓인지, 김 지사의 대선 불출마 선언 가능성은 조기 대선이 확정된 직후 감지됐다.
이미 올해 2월 초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으면서도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에 따른 대도민 담화문을 발표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선 참여자들이 어떤 분들이 나올 지 잘 지켜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남도청 주변에서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김 지사의 고심이 깊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대선 출마 보다는 '전남지사 3선'에 전력할 것이라는 의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권 도전에 올인해 차기 국무총리를 노린다는 추측이 분분했다.
더욱이 '대선 주자' 카드가 자칫 전남지사 자리마저 놓치는 악수가 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전남지사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전라남도당위원장의 존재도 부담이 됐다.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주철현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 1월 말 최고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주 위원장이 대항마로 거론되는 시점에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카드가 자칫 '내 집 지키기'도 못하는 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뒤따랐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영록 지사의 대권 출마가 처음부터 무리한 도전이라는 비판적인 이야기가 돌았다"면서 "친명계로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절대 지지층 없이 대권에 뛰어들다 결국 전남지사 3선까지 놓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결국 불출마를 결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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