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들이 부하 직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수사를 받다 사망한 고(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추모의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피해자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도록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3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사망한 장 전 의원의 성폭력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해자의 사망이 피해자의 존재를 지우고,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성위는 "수사기관에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진술과 증거가 이미 제출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사망으로 인해 사건이 불기소 종결되면, 피해자는 어떤 공적 절차에서도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채 또다시 침묵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해자의 사망은 형식적인 사건 종결 사유일 뿐이며, 범죄혐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수사기관은 확보된 진술과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의 존재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해 피해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수사보고서 및 종결 문서에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에 장 전 의원의 가해 혐의 인정을 비롯한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다시 '가해 사실'과 '피해자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성폭력을 가능하게 했고, 오랫동안 고소를 망설이게 했으며,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소한 뒤에도 의심과 비난을 받게 했고, 가해자가 사망한 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해자의 위력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전 의원을 향한 추모 행렬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직무정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고, 유력 정치 인사들의 조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가해자가 사망하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도 사라지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조문과 추모는 피해자에게 사라지지 않는 가해자의 권력을 재확인하게 할 뿐"이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부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장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은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가 보도자료를 통해 사건 당시 구체적 정황과 고소 배경을 알렸으며, 언론에서는 장 전 의원이 피해자를 추행하는 정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날이었다.
장 전 의원 사망 이후 여권에서는 그를 기리는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장 전 의원의 빈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어저께 새벽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비보를 전해 들으시고 저한테 전화하셔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일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김성태·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고인이 살았으면 보수 정치권에서는 크게 할 역할이 있었다", "누군가는 정치인 장제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추모를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장 전 의원을 추켜세우는 메시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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