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가 이사장의 행적과 대학본부의 공학전환 추진을 비판한 학내 유일 자치언론의 지면 발행을 사실상 막아섰다. 지면 발행 재원인 교지편집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독립 자치기구에 학교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지면 발행·배포에 대한 대학본부의 승인 제도는 유지하겠다고 밝혀 '학생들을 탄압하는 대학이 자치언론의 존립까지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동덕여대는 학내 교지편집위원회 '목화' 구성원들에게 올해부터 교지편집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독립 학생 자치기구인 교지에 학교가 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다. 교지편집비는 학생들이 등록금 납부 시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금액으로, 교지편집비 지급 중단은 이 수납 과정을 대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학교의 개입이 적절치 않다는 설명과 달리 교지 검열제도는 유지한다. 동덕여대 학생간행물 발간 세칙상 '목화'는 대학본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지면 발행과 배포가 가능하다. '목화' 측에 따르면 학교 측은 교지편집위원들과의 면담에서 "교지편집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사실상 검열제도로 통하는 '발간·배포 승인제도'도 사라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학칙에는 좀 말이 안 되는 것도 있다"며 해당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목화' 구성원들은 학교의 모순적인 태도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최예인 '목화' 편집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결국 대학은 교지 지원은 중단한 채 검열만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목화'는 항상 교지편집비를 통해 지면을 발행해왔다. 학교의 갑작스러운 지급 중단 통보로 현재 '목화'가 교지를 발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며 "'목화'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 측의 교지편집비 지급 중단 방침은 공학전환 추진에 반발하는 학생들을 향한 탄압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덕여대 학생들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지난해 말 학생회 구성원들에게 장학금을, 동아리에 우수활동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공학전환 분쟁의 구심점이 된 학생사회 구성단위들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 '목화'는 과거 조원영 이사장과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해 수정 요청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공학전환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자체 성명 및 20여 개 학생언론 공동성명에 참여함으로써 탄압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교지편집비 지급 중단 조치는 자치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학본부의 입장에서 불편한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학교는 독립성을 명분으로 지원을 끊을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 등 5개 대학 자치언론도 공동성명을 내고 "학생들을 대학본부 뜻대로 통제하려는 태도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 합의인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기에 이르렀다"며 "동덕여대는 학내 언론탄압을 멈추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했다.
한편 동덕여대 관계자는 2일 교지편집비 지급 중단과 관련한 대학본부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에 "학교 측 공식 입장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3일 보도 이후 "교지 인지도 및 이용률이 낮아 등록금 납부 시 교지편집비를 내는 것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불만이 있었다"며 "교지 발행을 원하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편집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