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어쩔 수 없다? 한반도까지 전쟁터로 만들려 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어쩔 수 없다? 한반도까지 전쟁터로 만들려 하나

[정욱식칼럼] 미국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는 <조선일보>의 위험천만한 주장

"미국이 자국군을 원하는 대로 운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할 것이다. 트럼프 아닌 다른 대통령이라도 마찬가지다. 미·중 충돌 같은 중대한 군사적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은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체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해외 미군을 운용한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할 '엄연한 현실'이다."

4월 2일 자 <조선일보>가 '주한미군 역할 변경, 기정사실로 대비해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미국이 대만 유사시 등 중국과의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려고 해도 이를 현실로 받아들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접하면서 20년 전 미국 국방부에서 만난 고위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이견이 커지고 있던 때였다.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국 군사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는 미국 정부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는 "대만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면 중국이 미국에 기지를 제공한 한국을 공격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당신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권 사항'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원하지 않는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2006년 1월에 나온 한미 간의 합의도 "한국은 (중략)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와 "미국은 (중략)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병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한국이 미국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자는 식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군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자국군을 원하는 대로 운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가 결코 아니다. 제3자가 교전국에 자국의 영토·영해·영공을 제공하는 것은 국제법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미영연합군이 개시한 이라크 전쟁 당시에 터키가 미군의 영토·영공 사용을 거부한 것도 국제법적 논란을 피하고 불필요한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하위법인 주한미군 주둔협정(SOFA)에 따라 한국이 무상으로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고, 각종 편의와 더불어 막대한 방위비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국 방어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해외 분쟁, 특히 한국 안보에 사활적인 영향을 미칠 대만 분쟁에 투입하는 문제는 최소한 한국 정부의 동의나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방향으로 한국의 힘과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판에, <조선일보>는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이 매체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믿을 수 없다며 핵무장이나 잠재적 핵능력 확보를 주장할 때에는 '핵 주권'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논할 때에는 '영토 주권'마저 도외시한다.

이처럼 <조선일보>가 무리한 주장을 펴는 데에는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유력한 후보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앞서 인용한 사설에서도 "유력 대선 후보가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라고 말할 만큼 정치인들이 국제 정치에 무지한 탓도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물론 이 대표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를 '바다 건너 불 구경'하듯이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동시에 이 발언은 '우리가 양안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앞뒤 맥락을 싹둑 자르고 자신이 원하는 발언만 부각시켰다. 하지만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을 허용할 것인가의 질문은 정파를 초월하는 '실존적 문제'에 해당한다. 윤석열 대통령조차도 우회적으로 난색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난해 3월 20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육군 K1E1 전차가 한미 장병이 설치한 부교를 건너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5공병여단과 5기갑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두려워해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한 최악'에 해당된다며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쓴 바 있다.

"악화 일로인 한중 관계는 파탄을 면치 못하고, 북중·북중러의 결속을 야기할 것이며, 한국이 동아시아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 무력 충돌 시 한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미국이 주한미군이나 역외 군사력을 한국에 전개해 대만 전쟁에 투입하면 중국도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보복 공격을 가하면 우리 영토를 공격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한중 간의 무력 충돌로 비화될 위험도 크다. 한국만 충돌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다. 조선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는 자동 개입 조항까지 있다.

또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대만 전쟁 시 조선의 선택도 전쟁 양상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북중 조약을 고려할 때,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러시아의 개입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동맹의 체인'에 엮여 몽유병자처럼 전쟁으로 빠져들어간 1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상황이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