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공언해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거취에 대한 의사를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 원장은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는 상황을 '직을 걸고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예정대로라면 이 원장의 임기는 오는 6월 초 끝난다.
이 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뒤 "법상 금감원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자가 금융위원장이시다"라며 "제가 금융위원장께 연락을 드려서 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원장은 일단 눈앞에 다가온 일정은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의 만류를 받아들여 임기를 마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금융위원장에게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뒤 "부총리(최상목)와 한국은행 총재(이창용)가 전화를 줬다"며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네가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자꾸 말리길래 '저도 공직자고 뱉어놓은 게 있다'고 했더니 '마침 오늘밤(미 현지시간 2일 오후) 미국에서 상호 관세를 발표하는데 내일 아침 F4(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회의를 하자'고 내일 새벽에 좀 보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F4 회의는 제가 안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상호관세 이슈 이후에 환율 등 금융시장 상황을 좀 봐야 될 것 같다"며 "내일 F4 만나서 아마 시장 관리 메시지라든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그때 아마 좀 저희끼리 얘기를 해야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오는 4일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점도 거취 정리에 있어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4일에 대통령께서 오시는지 안 오시는지, 무시할 수 없다"며 "저도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이상 어떤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할 수만 있으면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제일 현명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며 개정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 이 원장은 "주주 가치 보호나 자본시장 선진화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중요 정책"이라며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의요구권이라는 것은 예외적으로, 헌법가치 위반 등 제한적인 데 행사되는 것"이라며 "정부안으로 이미 추진하고 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도 실의무처럼 강한 건 아니지만 원칙 조항이 있다. 그 주주 보호 원칙을 우리가 지금 이미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다른 모양으로 통과된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거부권까지 행사하느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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