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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尹, 복귀해도 외교하기 어려워"…"트럼프는 외교 상대로 안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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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尹, 복귀해도 외교하기 어려워"…"트럼프는 외교 상대로 안볼 것"

美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에는 "보안사고, 독자 핵무장, 정치 상황 연동"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기각 결정이 나와 윤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국제무대에서 이전처럼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상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31일 신간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 출간에 맞춰 기자들과 만난 문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여부와 관련 "(탄핵심판이) 기각되고 (윤 대통령이) 돌아와도 국제사회에서 외교를 하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도 돌아온 윤 대통령을 외교 상대로 볼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종의 손상이 입혀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윤 대통령처럼 부정선거를 주장했었는데, 일종의 공감대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 교수는 "트럼프는 '역지사지'로 보는 사람은 아니다. '딜'(거래)이 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한 번 명령을 내리면 실무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독재자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경우 캐나다 내에서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저렇게 (막) 대한 것"이라며 "결국 국내정치적 지지가 중요한데 국제사회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정통성이 없다는 것이 이미 공인됐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윤 대통령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문 교수는 "윤 대통령은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게 너무 '올인'했다. 자유국제주의에,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등에 베팅하고 가치동맹을 강조했다"며 이러한 이력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 문정인 지음, 메디치 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문 교수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랜드연구소를 비롯한 학계 인사들과 만나 세미나를 가졌고 뉴욕에서는 유엔 관계자들과도 접촉을 가졌다. 미 에너지부에서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데 대한 의견도 나눴냐는 질문에 문 교수는 "발단은 아이다호 연구소의 한국계 미국인이 원자로 관련 기술이 들어있는 소프트웨어 정보를 들고 나오다가 적발된 것인데, 미측에서는 민감국가 대상이 될만한 국가의 전면적인 부분을 살핀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런데 한국에서 최근 독자 핵무장, 핵 잠재력 등의 논의가 활성화 되니까 자연히 한국이 주요 감시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나오면서 특정 세력이 독자 핵무기 개발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고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일종의 나비효과인데 한국의 정치적 불안, 특정 세력이 독자 핵무기 개발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아니냐는 생각들이 연동되면서 결국 낮은 수준이지만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미국에서 보면 뭔가 한국에서 이와 관련해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미국 방문했을 때 (핵무장론의) 실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며 "윤석열 정부가 한편에서는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지킨다고 해놓고 다른 한편에서는 독자 핵무장을 준비하는 '이중 플레이'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다. 핵 확산 세력이 한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문 교수는 미측 인사들이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한국이 너무 민감하게 나온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한미 간 원자력 협정 등은 다 진행 중이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우리에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국방부에서 나온 9쪽짜리 분량의 '임시국가방위전략지침'을 보도했는데, 중국의 대만 침공을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은 동맹국들이 맡는 것으로 조정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라는 압박을 넣겠다고도 밝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북한을 방어하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닌, 필요하다면 대만 방어를 위해 한반도를 떠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교수는 이와 관련 "랜드 연구소에 방문했을 때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성향을 가진 인사와 이야기했는데 한국은 오랫동안 안보에 무임승차했다고 평가했다"며 "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야 하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인식을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성향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거처럼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혈맹이라고 읍소하는 것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한국에 '전략적 유연성', 즉 주한미군을 필요할 때 쓰고 (다시 한반도에) 배치하고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함께 '애치슨 라인 2.0'이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애치슨 라인은 트루먼 미 행정부의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이 1950년 소련과 중국의 공산화 확산을 저지하겠다면서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한 선으로, 이 때문에 김일성이 남침을 결심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문 교수는 "(애치슨 라인처럼 방어선을) 일본 쪽으로 남하시키면서 서울을 배제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동북아 방어 주요 거점에 한국은 포함 안 된다고 하면서, 주요 거점이 되려면 한국이 북한 위협을 전담하면서 미국에 동참해 중국을 견제하자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드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도 있는데 이러면 한국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여건에서 한국에 어떤 선택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 교수는 "우선 왜 우리가 미국이 필요한가 생각해봐야 하는데 북한 위협 때문이라면 북한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맹에 대한 과도한 신뢰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예전처럼 미국을 우리가 완전히 믿을 수가 없고, 미국도 한국이 (자신들을) 그렇게 믿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이 보다 더 자율적으로 생각하길 바란다"며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이 주력이고 미군이 지원군이 되려면 전시작전통제권을 빨리 환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상시배치를 철회하려 한다면 "대신 역외 균형자로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하자는 제안도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건 우주자산, 해군, 공군력인데 이 부분을 도와주고 지상군은 나가도 된다고,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구상은 미국 측이 꺼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협의 과정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제기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미국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을 요구하면 우리가 마지못해 하나씩 꺼내 놓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 최근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을 출간한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가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

이렇듯 트럼프 정부는 대외 안보 정책에서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도 동맹국에 가장 먼저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사실상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국제주의적'인 질서를 깨뜨리고 있다.

문 교수는 "미국이 그동안 패권적 안정 국가 역할하면서 너무 많이 베풀었는데 돌아온 것이 없이 손해만 봤기 때문에 이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며 "국제법이나 국제규범 신경쓰지 않고 미국 내 백인 중산층을 위한 경제를 만들고 그에 기초해서 미국을 더 강하고 부유한 국가로 만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트럼프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문 교수는 최근 발간한 신간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를 통해 11명의 세계적 석학들과 미국 외교의 난맥상과 그 기원을 짚고, 현안을 점검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문 교수는 이번 신간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로버트 칼린 전 CIA 북한 분석관, 수잔 손튼 전 미 국무부 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 칼 아이켄베리 전 주아프가니스탄 미국대사 등 전직 관리들의 강연을 함께하고 이들과 대화를 통해 미국 외교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폈다.

또 시그프리트 헤커 스탠포드대학교 명예교수,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학교 교수, 월터 미드 바드칼리지 특임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학교 석좌교수, 비노드 아가왈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석좌교수, 밴 잭슨 빅토리아대학교 교수, 미란다 슈뢰어스 뮌헨공과대학교 교수 등 학계 인사들과도 강연 및 대화를 통해 미국의 외교와 대처 방안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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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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