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이력의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늦어도 내주쯤은 나지 않겠나"라며 "지금 상황은 폭풍이 부는 과정이고, 우리나라가 정상화되려면 큰 폭풍이 지나간 후에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6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 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게 되면 상당히 정치적인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혁명 수준의 민중항쟁,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해선 "그렇게 극단적으로 혁명적인 정치상황이 전개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헌재 탄핵심판 평의 상황에 대해 "재판관들이 굉장히 심사숙고하느라고 시간이 걸리지 않나"라며 "8명의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겨나지 않느냐, 내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 계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 견해가 일치되는 것 같은데, 그 절차상 문제가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대해 서로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한덕수 총리에 대해서 자꾸 위협적인 얘기를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한 총리가 지난번 대행 행사를 할 때도 헌법재판관을 임명 안 했기 때문에 지금 민주당에서 아무리 한 총리에게 압력을 가한다고 해도 한 총리가 마 재판관을 임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전망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헌재 권한쟁의심판 결정이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에 그는 "지금 정부에서 헌재에서 위헌이라고 해서 그걸 따른 사람이 없다"며 "그건 최상목 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때도 위헌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은 걸 보면 한 총리도 역시 똑같은 행위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 총리 재탄핵, 최 부총리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은 취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이미지를 생각을 해야 되는데, 탄핵을 너무 남발한다고 하는 인식을 줘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짚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2심) 유죄가 났을 경우에는 이 대표 스스로도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과연 그와 같은 부담을 가지고서 대통령 출마를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본인 자신이 결심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그는 말했다. 사실상 2심 유죄시 대선 불출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1심, 2심이 유죄일 때는 3심에 가봐야 별로 크게 변동될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그런 부담을 갖고 과연 나라의 지도자로서 나타날 수 있겠느냐는 본인 스스로가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조기 대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대법원 판결 전에 출마를 해서 당선도 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 이런 부담을 가지고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선이 문제가 아니라, 당선 후에도 정통성 문제가 불거져 정권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면 일반 공무원이 봤을 때 '야,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다만 이 대표 스스로의 결심이 아니면 그의 출마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민주당 내의) 세력관계로 봐서 당에서 지금 이 대표에게 뭐라고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여건"이라며 "일부 비명계에서 아마 후보자 교체 문제라는 것이 자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그 세력이 과연 당 전체를 대표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민주당을 지금 거의 다 통제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만약 '플랜B'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가 지지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지금 민주당에서 지금 소위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는 사람이 김 씨 몇 사람(김부겸·김경수·김동연)밖에 없지 않느냐. 만약에 된다면 그 세 사람 중에 누가 나올 텐데, 그 세 사람 중에서 아마 이 대표가 누구를 선호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와 관련 "플랜B가 나오게 된다면 내가 보기에는 김부겸 전 총리 아니면 김동연 경기지사가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경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으니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다음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나와야 되겠다'고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아마 김동연 지사가 제일 유리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만약 민주당에서 플랜B가 돼서 새로운 후보자가 나타난다고 하면 오히려 이재명을 상대하기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약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새로이 등장하는 사람은 그런 약점이 없는 사람이 될 것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권 유지'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니까 결국 야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야당에서 이재명만 없어지면 국민의힘이 금방 이길 것 같은 생각은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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