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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감국가 지정은 윤석열 '핵무장론'으로 시작됐다고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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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감국가 지정은 윤석열 '핵무장론'으로 시작됐다고 판단"

외교부 장관 "확장억제 강화 입장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지정한 배경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이 있다는 미 상원 의회의 진술이 나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긴급 현안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대통령에 의해서 (핵무장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던 2023년 1월부터 그 문제(민감국가 지정)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고 추측했는데, 그런 추측을 바탕으로 미 상원의원을 통해서 '맞는다' 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핵 운용 관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발언 직후 미국 현지시간으로 2일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로부터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말해 한미 양국이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 이후 그해 1월 11일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 보고에서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2023년 1월 대한민국 국가 원수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발언 이후 (4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에 뜬금없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하에서의 의무를 되새김질하는 문구가 나온다"라며 "그게 바로 일종의 '경고성'이었다는 학자들의 분석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23년 6월부터 핵무장과 관련된 국내 정치인, 여당 정치인의 발언과 동태 등도 목록으로 정리되어 미 정부, 안보실에 보고됐다고 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핵무장론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주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았다면 자체 핵무장을 주구장창 주장하는 국가 원수가 있는 대한민국은 그 어떤 방식의 제재를 또 당했을지 모른다"며 지난해 12월 에너지부가 국가수권법을 반영해 민감국가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긴급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0일 <한국일보>는 에너지부가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연방규정 제50장 2652조에 있는 '민감국가에서 온 외국인 방문객의 국가 보안 연구소 출입 제한' 규정을 개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조항은 국방수권법(NDAA)을 반영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 쿠바, 북한 등을 '적용 대상 국가'(CFN·covered foreign nation)로 규정했는데, CFN과 한국처럼 SCL에 포함되는 국가는 "장관이나 행정관의 서류검토가 있지 않은 이상 △국가 보안 연구소 △핵무기 생산 시설 △미국 해군 함정에 대한 핵 추진력 제공과 관련된 기술 또는 물질의 보호, 개발, 유지 또는 폐기를 직접 지원하는 지역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2025년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국립연구소 보안 강화 예산 증액' 사례에 대해 "1월에 지정하고 4월 15일부터 시행되는 민감국가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는 국방수권법 등에 따라 큰 그림 아래 미국 정보공동체가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관련 의제를 축소하기 급급하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미국 에너지부 정보방첩국이 CIA와 긴밀히 협력하는 기관이라면서 "이 기관은 미 전역에 30개의 정보 수집 사무소를 두고 있는 핵심 부처로, 정보공동체(IC)와 협력해 각종 규제를 만든다. 정보방첩국 수장에 전직 CIA 국장이 임명된 사례가 있을 만큼 CIA와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며 민감국가 지정이 단순 내부 규정이 아닌 정보기관 간 공조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역시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되어 이전보다 협력에) 시간이 더 걸리고 절차가 번거로운 것에 불과하지 실제 교류나 협력에 지장 없을 거라는 예측은 너무 안이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도 민감국가 지정이 "AI나 양자컴퓨터 기술 등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 문제가 단순한 연구 보안의 문제인지, 또는 미국이 그리는 전 세계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을 민감국가로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미국이 과학기술 패권경쟁 로드맵을 굉장히 섬세하게 설계하는데 그 로드맵 안에서 한국은 지금 인도, 파키스탄과 동일한 분류로 들어갔다. 이를 과소평가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태열 장관은 "실수나 단순 한 두 개 사건으로 생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기술 보안사고라고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니고 거기에 함의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한미 간 실무협의 거쳐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함의'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핵무장론 때문이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핵무장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지금은 확장억제 강화라는 정부 공식 기본 입장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답해 핵무장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조 장관은 "단순한 보안사고가 아니라 기술 보안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이 미국이 판단하기에 어떤 함의가 있으니까 우리와 협의하면서 풀어가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에 탄핵 사유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에 편중된 외교를 했다는 점이 명시된 것과 관련,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자꾸 이 문제를 그렇게 확산시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며 "초점을 문제의 핵심에 맞춰 풀어가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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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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