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학교가 이스라엘 전직 군 장성을 초청한 강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5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은 오는 26일 가이 하주트 이스라엘군 예비역 준장이 '국방과학기술 프론티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강연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집필한 저서의 제목과 유사한 'The High-Tech Forces & The Cavalry(하이테크 군대와 기병 군대) : 하마스와의 전투 경험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1년 반 정도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전직 장성의 강연 소식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들을 중심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스라엘 전쟁범죄자 초청하여 강연회 개최하는 국방대에 항의해 달라'라는 제목의 웹자보를 통해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휴전안을 파기하고, 집단학살을 재개한 상황"이라며 "초청자인 이스라엘군 예비역 준장은 1989년 이스라엘군에 입대하여 최근까지 팔레스타인 군사점령과 전쟁범죄를 자행한 자"라고 주장했다.
긴급행동은 "전쟁범죄자를 초청하여 무엇을 배우겠다는 것인지, 이스라엘 전쟁범죄자 초청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사 개최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강연자로 나선 하주트 준장은 지난해 <하이테크 군대와 기병 군대 :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포기한 이유>라는 책을 히브리어로 발간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지난해 8월 4일 책 출간을 전한 기사에서 해당 저서가 이스라엘군의 최근 군사 작전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책에는 지난 2021년 5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투 및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구축한 지하 터널 공습에 실패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주트 준장은 이스라엘 당국이 지상군을 투입을 꺼리다가 결국 작전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 사건은 최근 수십 년 동안 IDF(이스라엘군)가 일으킨 잘못의 전형"이었다면서 "지상군을 파견했을 때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이스라엘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전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이전부터 우려를 표명해 온 사안이다.
지난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10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을 당시 "하마스와 극단세력들이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2024년 3월 25일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3만 2000명이 넘어가던 시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한국을 포함한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발의한 '즉각적인 휴전'(immediate ceasefire)을 '촉구'(call for)한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쟁 발발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처음으로 나온 안보리 결의안이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됐고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해 5월 20일 국제형사재판소(ICC) 카림 칸(Karim Kahn)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력과 비판에도 이스라엘이 공격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미국 정권 교체기를 맞은 지난 1월 15일부터 양측 간 1단계 휴전이 시작됐다. 실제 전쟁이 멈출 수 있을지를 두고 기대감이 나왔으나, 지난 18일 이스라엘이 공습을 재개하며 두 달 정도 유지되던 휴전은 결국 종료됐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휴전 이후 21일까지 팔레스타인 590명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송은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 라파에 대한 지상 침공을 진행 중이며, 북부의 베이트 라히야와 중부 지역으로 진군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 공격이 심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방송은 "하마스는 휴전이 깨지고 나서 이스라엘을 향해 첫 번째 로켓을 발사했고, 예멘 후티 반군은 텔아비브 남쪽의 군사 기지에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며 전쟁이 재개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최소 4만 961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11만 295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 정부의 공보국은 사망자 수를 6만 1700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이스라엘 전직 예비역 준장의 강연을 개최하는 것이 전쟁 범죄를 옹호하는 부적절한 처사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연에서 사회를 맡기로 예정된 전인범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2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확대해석"이라며 "(강연자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평화협정에 찬성한다, 반대한다는 그런 입장이 아니다. 순수하게 군사적 측면에서 이스라엘이 오히려 잘못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군사 기술적인 측면을 주로 다루는 것이냐는 질문에 전인범 전 사령관은 "전쟁에 대해서 잘했다 못했다 이런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보 분야에 대해"이야기 하는 것이라면서 "왜 사전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막지 못했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주트 준장의 강연을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이번에 싱가포르와 일본에 강연을 온다고 하고, (최근에 출간한) 책 내용을 보니 아무리 첨단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작전에 실패한다는 내용이었다"며 "저도 평소에 기초와 기본이 중요하지 최첨단 장비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저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통역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강연에 대해 국방관리대학원 관계자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내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AI나 드론 등 과학기술과 국방분야를 접목하는 내용으로, 이전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임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 차관 등이 연사로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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