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달여 만에 이를 번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오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자신을 부각하던 때에 치명적 실수를 한 셈이다.
오 시장은 19일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관련 브리핑을 통해 "지난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부동산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며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책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를 대상으로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남 핵심 지역에 대한 오 시장의 토허구역 지정 해제 이후 집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서울시가 올 1월 토허제 해제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서울시는 “재지정하면 된다”며 강행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경제 전반에 주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성급하고 안일했던 정책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8일자 사설에서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가 3년여 만에 인하로 방향을 트는 국면에서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정책 둔감성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가뜩이나 집값이 들썩이는 시점에 관계기관과의 종합적인 조율도 없이 토허제를 해제한 것을 두고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 시장이 지역 주민에게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서울 송파 갑 지역 박정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면밀한 점검도 없이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이 폭등한 것도 심각한 정책 실패인데, 규제 대상도 아니었던 송파 갑 지역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은 건 환장할 일"이라고 "불과 35일 만에 이게 뭐하는 것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오 시장의 '자충수'로 표현하며 "오세훈 시장은 대선후보는 물론 현직 서울시장으로서도 자격이 없다"는 비평까지 쏟아냈다. 경실련은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었다. 오 시장도 임기 초반 경실련 출신인 김헌동 전 SH 사장을 기용하는 등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경실련조차 오 시장을 두고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토허지역 파동'은 오 시장의 향후 대권 행보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경실련은 "오세훈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지한 당시 우리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어느 때 보다 혼란스러웠으며, 이로 인한 경제침체로 국민 모두가 신음하고 있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전국의 집값 침체기는 강남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를 키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오세훈 시장은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라는 무리수는 그동안의 성과를 가리는 큰 오점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부동산 부자들과 재벌들에게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라면 오세훈 시장은 대선후보는 물론 현직 서울시장으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