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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진의 아름다운 우리 가락] 가야금과 거문고 : 현의 울림, 닮은 듯 다른 두 현악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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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진의 아름다운 우리 가락] 가야금과 거문고 : 현의 울림, 닮은 듯 다른 두 현악기의 매력

한국 전통 현악기의 두 거장, 가야금과 거문고는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 12현 가야금 ⓒ 프레시안(문상윤)

한국 전통 음악을 대표하는 현악기 중 가야금과 거문고가 있다. 두 악기는 외형상 비슷해 보이지만 구조와 연주 방식 그리고 음악적 표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오랫동안 한국 음악의 중심을 차지해온 가야금과 거문고는 각각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며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악기는 어떻게 다를까?

악기의 기원

가야금은 고대 가야국의 가실왕이 중국의 쟁(箏)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가실왕이 가야금을 만든 후 이를 연주할 수 있도록 연주법을 개발하고 보급했으며 이후 신라의 진흥왕이 우륵을 통해 가야금을 정착시키고 발전시켰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왕실과 민간에서 널리 연주되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산조가야금이 등장했다. 산조가야금은 빠른 연주와 즉흥성이 강조되며 기존의 정악가야금보다 크기가 작고 줄 간격이 좁아졌다.

근대 이후에는 음역을 넓힌 25현 개량가야금이 개발되면서 현대 음악과의 융합도 가능해졌다. 25현 가야금은 더욱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며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개량이 이뤄져 18현, 21현 가야금 등도 존재한다.

거문고는 고구려에서 처음 만들어진 악기로 ‘거(駒, ᄀᆞᆷ)’는 고구려를 뜻하고 ‘금(琴)’은 현악기를 의미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왕산악이 중국의 칠현금을 개량하여 만들었으며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고 하여 ‘현학금(玄鶴琴)’이라 불렸으며 이후 ‘현금(玄琴)’, 거문고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거문고가 고구려에서 자체적으로 발전한 악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문인과 학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악기로 자리 잡았고 특히 사대부 계층에서 교양을 쌓는 도구로 인식되었다. 정약용, 박지원 같은 실학자들도 거문고를 연주하며 철학적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가야금과 거문고, 무엇이 다를까?

▲ 산조가야금 ⓒ 국립무형유산원

가야금은 12개의 줄을 손으로 뜯어서 연주하는 발현악기로 맑고 섬세한 소리가 특징이다. 가야금은 오른손으로 줄을 뜯어 멜로디를 만들고 왼손으로 줄을 눌러 음정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섬세한 음색은 한국 음악 특유의 유연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가야금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는데 궁중 음악에서 사용되는 정악가야금과 민속 음악과 즉흥 연주에 적합한 산조가야금이 대표적이다.

▲ 거문고 ⓒ 한국민족대백과사전

반면 거문고는 여섯 개의 줄을 지닌 현악기로 가야금보다 낮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줄을 뜯어 연주하는 방식도 있지만 술대라는 작은 막대를 이용해 줄을 때리거나 튕겨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연주법 덕분에 거문고는 강한 리듬감과 힘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으며 정악에서는 곡의 구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산조 거문고는 보다 즉흥적이고 독창적인 연주가 가능하다.

같은 악기를 사용하더라도 연주 목적에 따라 조율이 달라지며 정악 연주에서는 낮고 깊은 울림을 내도록 조율하고 산조에서는 보다 즉흥적인 연주를 위해 조율을 달리하여 사용한다.

왜 가야금과 거문고는 혼동될까?

외형적으로 가야금과 거문고는 비슷한 점이 많다. 모두 긴 나무 몸체에 줄이 걸려 있으며 바닥에 놓고 앉아서 연주하는 악기다.

하지만 가야금은 손가락으로 줄을 뜯어 연주하는 반면 거문고는 술대라는 작은 막대를 이용해 줄을 때리거나 뜯어 연주하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가야금은 음을 이어가며 부드러운 흐름을 만드는 데 유리한 반면 거문고는 보다 힘 있고 강렬한 리듬을 강조하는 악기다.

역사적으로도 두 악기의 역할은 다르게 발전했다. 조선 시대에는 음악이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신분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가야금은 궁중 연주와 민속악에서 두루 사용되었으며 여성 연주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는 가야금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을 갖고 있으며 조선 후기에는 기녀들이 가야금을 연주하며 예술적 기량을 뽐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선호라기보다는 사회적 환경이 이러한 경향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거문고는 문인과 학자들이 연주하는 악기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교양과 학문의 일환으로 거문고를 연주했으며 강한 리듬감과 깊은 울림을 지닌 거문고의 특성이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어우러졌다.

하지만 이것이 남성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는 뜻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여성 연주자들도 거문고를 연주하며 전통적인 편견을 허물고 있다. 이처럼 시대적 배경이 악기와 성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지만, 현대에는 점점 이러한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두 악기

가야금과 거문고는 단순히 전통 악기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두 악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국악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과 결합하면서 더욱 넓고 다채로운 장르와 무대에서 활용되고 있다.

가야금은 크로스오버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며 25현 개량가야금은 서양 음악과의 협연에서도 사용된다.

또한 거문고는 묵직한 저음을 강조하는 연주법을 활용해 국악관현악뿐만 아니라 락,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의 연주자들은 이 두 악기에 아쟁 활을 사용하거나 루프 스테이션(연주한 소리나 리듬을 즉석에서 녹음하고 반복 재생 시키는 전자 장치), 전자 음악 기기 등을 접목해 다양한 연주법 변형을 통해 새로운 연주법과 소리를 발견해내며 두 악기의 음악적 지평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궁중이나 사대부 중심으로 연주되던 이 악기들이 점점 대중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야금과 거문고가 국악을 넘어 현대적인 음악과도 어우러지며 창작 음악에서도 그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블랙핑크의 Pink Venom이나 슈퍼밴드에서 결성된 KARDI의 곡들처럼 K-POP이나 록 등에서 등장하며 전통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 두 악기는 한국 음악의 중요한 뿌리이며 오늘날에도 그 선율과 울림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온다. 전통의 깊이를 지닌 두 악기가 앞으로 어떤 음악적 도전을 펼쳐나갈지 기대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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