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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오폭 사고 원인은 좌표 입력 실수…바로잡을 기회 세 번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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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오폭 사고 원인은 좌표 입력 실수…바로잡을 기회 세 번 놓쳤다

공군참모총장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의 평온한 일상 무너뜨려…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한미 연합 훈련 도중 포천 지역에서 오폭 사고가 발생해 민간인을 포함한 29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공군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공군이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했다"며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참모총장은 "불의의 부상을 당한 노곡리 주민들과 장병들에게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아직 병상에 계신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였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참모총장은 "주민 여러분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도록 신속한 피해 복구와 의료·심리 지원 및 배상 등 모든 방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이영수(가운데)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국방부에서 KF-16 전투기 오폭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며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앞서 6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한국 공군과 육군, 주한미군 공동으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진행됐다. 이 훈련에 공군은 F-35A, F-15K, KF-16, FA-50 등의 전투기를 투입했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분경 이 전투기들 중 KF-16에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돼 사격장 외부에 떨어졌다. KF-16이 2대 출격했는데, 전투기당 4발씩 탑재된 MK-82 모두 정상적으로 투하되지 않았다. 이 오폭으로 민간인 15명과 군인 14명 등 총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공군은 이날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KF-16 전투기 조종사는 최초 폭격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에도 이를 바꾸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를 포함한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후 이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와 연결하면 해당 데이터가 전투기 임무컴퓨터에 입력되어 훈련이나 작전 등이 진행된다.

훈련 전날인 5일 KF-16의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이를 입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잘못 입력됐다. 위도 좌표 'XX 05.XXX'을 'XX 00.XXX'로 잘못 입력했는데 1번기 조종사가 잘못 불렀는지, 아니면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재확인을 거치지 않은 조종사들은 훈련이 있던 당일 이륙 전 점검 단계에서 잘못 입력한 데이터를 DTC에 담아 전투기에 연결했다. 그런데 여기서 2번기의 경우 DTC 장치에 문제가 있어 이전에 저장됐던 잘못 입력된 데이터가 전투기에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수동으로 다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 좌표가, 2번기에는 정확한 표적 좌표가 입력됐다.

이륙 전 최종점검단계에서 1번기 조종사는 좌표 입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후 비행하면서 비행경로와 표적이 사전 훈련 때와 다르다고 생각했으나 비행정보를 믿고 그대로 이어갔다.

폭탄을 발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도 1번기 조종사는 정확한 좌표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는 정해진 탄착시간(TOT)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종공격통제관(JTAC)에게 '표적 확인"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떨어뜨렸다.

2번기의 경우 좌표가 정확히 입력됐으나, 1번기와 같이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대형 유지에 집중하느라 좌표를 벗어났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훈련이 2대가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이었기 때문에 2번기도 1번기에 따라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확인 과정 등 전체 훈련 과정에서 세 번 이상 표적 확인이 가능했지만 1번기 조종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속 부대장들의 지휘·감독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상부 지시와 연계한 안전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등 전반적인 지휘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훈련계획 및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고,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대대장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공군은"대대장(중령)은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 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사항만을 강조하였을 뿐, 이번 실무장 사격 임무에 대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해당 부대장이 △임무편조의 비행기록장치 확인 등을 통한 사격편조의 문제점 파악 △ 표적브리핑 확인 절차 등 세부적 비행준비상태 확인 및 감독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군은 향후 오폭 사고 방지를 위해 "현재 수행 중인 표적 좌표 확인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임무 편조와 표적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는 등 표적좌표 오입력에 따른 오폭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무장 표적 좌표 중복확인 절차를 보완하고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 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마을에 포탄이 떨어져 민가와 교회 건물 일부가 파손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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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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