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백화점과 면세점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은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그래도 되기 때문입니다.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백화점과 면세점의 하청 노동자들은 가까운 고객 화장실 사용을 제재받아 찬 물이 나오는 직원 화장실을 써야 했습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위협받아도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 땀에 젖어 일해야 했고, 겨울에는 히터를 켜주지 않아 핫팩으로 몸을 녹이며 오픈 준비를 했습니다.
온수가 나오는 고객 화장실에 간다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삶, 갑질 고객이 나타났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삶, 일하는 시간 동안 에어컨과 히터를 틀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노조법 2, 3조 개정으로 하청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해 진짜 사장과 대화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 하인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
노동계와 야당이 노조할 권리 강화, 파업 손해배상 소송 제한 등을 담은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의 입법을 위한 세 번째 시도에 나선다. 앞선 두 번의 입법 시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혔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과 노조법 2, 3조 개정운동본부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를 담은 노조법 2, 3조 개정운동부의 법안에 대한 국회의 빠른 논의를 촉구한다"며 노조법 2, 3조 개정안 재발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리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의 범위를 넓혀 플랫폼·특수고용·하청 노동자가 플랫폼기업, 원청업체 등 이른바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조항 등의 입법을 통해 노동자가 파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과도한 배상 책임을 지는 일을 막는 것이다.
회견에서는 현장 노동자가 직접 나서 노란봉투법 통과 필요성을 호소했다. 한국마사회 간접고용 노동자인 고석근 한국마사회지부 수도권지회장은 "문재인 정부 정책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 공공기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노동자로 전환됐다"며 그러나 "간접고용의 틀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건비 등 모든 예산을 모회사인 공공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자회사와의 교섭으로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며 "노조법 2, 3조가 신속하게 통과돼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공공기관과 교섭할 수 있는 날이 빠르게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HD현대삼호 하청노동자인 최민수 전남조선하청지회장은 "저를 포함한 노조 간부 두 명이 9개월 전 소속 업체가 폐업하고, 후속업체로 해당 업무가 이관되는 과정에서 면접 탈락" 방식으로 해고됐다며 "이후 원하청사업주들은 기다린듯 하청지회를 형사고소했다. 위법한 하청지회 투쟁으로 큰 손해를 입어 기존 하청업체가 폐업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지회장 등의 해고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를 겨냥한 표적 해고'라며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지회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전원 불기소·무혐의 처분했다.
최 지회장은 "전국에 이런 식으로 탄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며 노조법 2, 3조 개정을 통해 "정당한 노조 활동을 언제든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고, 손해배상으로 탄압할 수 있는 법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원내 야5당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원외 진보정당도 함께해 노조법 2, 3조 개정안의 입법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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