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3년 9월 본인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당내 비명( 非이재명)계 의원들이 검찰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돌연 제기하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비명계 인사들과의 연이은 회동을 하며 '통합'을 강조해온 이 대표 행보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1기 지도부' 일원이었던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발언은 바둑으로 치면 진짜 악수 중에 악수를 두신 거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가 만들었던 여러 종류의 공든 탑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이루려는 행보들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개인적 속내는 분노와 증오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밖으로 국민들에게 보이는 메시지는 '국론이 분열돼 있는 대한민국을 통합시키는 지도자'의 면모를 조금씩 갖춰가고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고 했다. 그러나 "어제 그 발언으로 인해서 공든 탑들이 다 가려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고 의원은 "만에 하나 그런 (검찰과 민주당 내부인사 간의) 뒷거래가 있다면 그게 누구라고 한들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이 대표께서 '추측'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알고 넘어가지 않고서는 뭐가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이 대표께서 그 뚜껑을 열어버렸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짚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우리가 내몰렸다"고 했다.
당내 문제에서 대체로 이 대표를 옹호해온 당 원로 박지원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현재 통합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의원은 "통합 행보가 필요한데 왜 그런 문제를 얘기했을까"라며 "한편 이런 문제가 당내에서 또 부각될 수 있으니까 미리 못을 박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추정했다.
비명계 인사들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이냐"며 "이 대표의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보았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와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라며 "지금도 말없이 민주당에 있는 내부 비판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매불쇼'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 그리고 통합의 길을 가라"고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 발언을 전해듣고 "그럴 리가 있을까"라며 "당내 의원들이 검찰과 그렇게 할 거라 상상을 못하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인인 '초일회'도 전날 낸 입장문에서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이다. 통합행보는 쇼였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밖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 발언을 다룬 기사를 올리며 "이재명 민주당은 벌써 계엄 중"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전날 유튜브 채널 '매불쇼'와의 녹화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과정을 언급하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 당내에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하고 협상으로 제시한 것을 맞춰보니까 이미 다 (검찰과) 짜고 한 짓이거든요. 당내 일부하고"라며 "짰다는 것은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방송 이후 논란이 증폭되자 이 대표는 전날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어쨌든 당에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모아서 이 혼란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제 다 지난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또 "당에 아직도 비명계 그런 게 있느냐"며 "입장이 다른 분들이 있겠지만 이 엄혹한 환경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가 할 일을 함께 손잡고 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편 이날 부산항을 방문,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을 가진 후 같은 곳에서 부산지역 숙원사업인 북극항로 개척을 주제로 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만을 남겨두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한 가운데 민주당의 험지인 부산·경남 지역 민심 공략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부산은 지난해 1월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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