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적잖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생산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평균 4배 높다면서 '동맹국 때리기'까지 했는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의회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가 미국이 부과한 것보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한다면서 "인도는 미국 자동차에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우리 제품에 대해 평균 관세를 두 배 이상 부과하고, 한국의 평균 관세는 네 배 더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을 매우 많이 도와주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우방이 이런 상황"이라며 미국이 관세를 높이는 것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는 한국 관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 미국 방송 A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면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약 13.4%다. 그러나 2007년 체결된 한미 자유 무역 협정(2012년 발효)은 두 나라 간 대부분의 관세를 줄이거나 없앴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한국은 관세 환급 전 실효 관세율을 기준으로 2024년 현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약 0.79%라고 주장한다"며 사실상 관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인도의 관세에 대해서도 "인도는 역사적으로 수입 차량에 최대 1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급 자동차에 대한 최고 관세를 150%에서 70%로 낮췄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요금들이 부과되면서 관세가 여전히 100% 이상인 경우가 있으나, 인도는 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 중국에 500억 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구매하게 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강제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정부 집권 시절인 2020년 1월 미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그해 농산물 구매액을 125억 달러, 2021년에 195억 달러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0년에는 실행됐으나 2021년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 농산물 수출은 2020년 대비 64억 달러 증가한 상황이다.
이 협정에서 양측은 "미국에서 구매하여 중국으로 수입하는 제조품, 농산물, 에너지 제품 및 서비스의 양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집권 당시에도 중국에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은 셈이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의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은 2021년 수준인 3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2023년에는 90억 달러 감소했다. 바이든 정부 때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트럼프 정부 때 500억 달러를 넘어선 수준은 아니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전날인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내일 밤 큰 일이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말해주겠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제안이나 협상 결과 등 중대 사항이 발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날 관련 언급은 없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우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350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유럽은 1000억 달러 지원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역할이 많았음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ABC뿐만 아니라 CNN도 "거짓"이라고 판별했다.
CNN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을 면밀히 추적하는 독일 싱크탱크인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개별 유럽 국가는 지난해 2024년 12월까지 우크라이나에 군사, 재정 및 인도적 지원으로 약 1400억 달러를 할당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은 한 가지 특정 범주에서 유럽에 비해 근소한 우위를 보였는데, 군사 지원에서 약 680억 달러를 기록했고 유럽은 약 660억 달러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트럼프가 언급한 격차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방송은 "우크라이나 대응을 감독하는 미국 정부 감찰관실은 미국이 지난해 12월까지 우크라이나 대응에 약 1830억 달러를 책정했다. 여기에는 실제로 지출된 약 830억 달러가 포함되고 미국에서 지출되거나 우크라이나 외의 국가로 보내진 자금이 포함된다"며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지원은 거짓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언급했던 외국 이민자에 대한 거짓 주장을 여전히 이어오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임기 동안 2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CNN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인 지난해 12월까지 미 행정부는 미 전역에서 1100만 건 이민자와 접촉했고, 이 중 수백만 명은 빠르게 추방됐다"며 2100만 명이라는 수치는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해외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이나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을 외국 정부가 미국으로 보낸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CNN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일갈했다.
방송은 "트럼프는 때때로 전 세계 교도소 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틀렸다"며 "영국 전문가들이 편찬한 세계 교도소 인구 목록에 따르면, 기록된 전 세계 교도소 인구는 2021년 10월에서 2024년 4월 사이에 약 1077만 명에서 약 1099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본인이 취임한 이후 불법적인 국경횡단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거짓으로 판별됐다. CNN은 "2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지난 첫 달이었는데, 그 숫자가 8326명이었다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식 연방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 몇 달 동안 남서부 국경에서 국경 순찰대가 이주민과 마주친 횟수가 이보다 적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기후 협정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지불하지 않는 수조 달러"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거짓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제 기후 자금 조달에 연간 114억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의회가 바이든의 목표보다 적은 금액을 책정했기 때문에 미국의 기여금은 훨씬 낮아졌다"며 "당시 국무부는 2022년까지 국제 기후 자금에 58억 달러를 할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기후 자금 기여금은 수조 달러에 도달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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