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주모자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을 "진솔한 설명", "인간적 고뇌"라고 공식 평가하면서 특히 그의 개헌 주장에 대해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며 그 "희생과 결단"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려 윤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헌재를 간접 압박하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며 "대통령은 거야의 줄탄핵, 예산폭거, 입법 폭주로 발생한 국정 마비, 국가비상사태를 진솔히 설명했고, 개인의 삶만 생각하면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인간적 고뇌를 밝혔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긍정적이고 우리 국민들께 호소력이 있을 거라고 평가한다", "아주 옳은 말씀이라 생각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진정성을 갖고 얘기하셨다고 평가한다"고 한 데 이어 공식 석상에서 같은 평가를 재차 내놓은 것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또 "정쟁과 극단 갈등, 극심한 에너지 소모" 등 한국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며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본적 제도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87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화두를 던진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진정성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며 대통령이 임기까지 내던져 스스로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내놓은 만큼 이번 기회에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개헌특위가 출범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당 개헌특위 위원장에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내정하고 개헌 논의에 불을 지펴왔다.
특히 권 위원장은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제6공화국 체제의 단말마적 수명을 연장하느냐,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위에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느냐 하는 중대 기로에 서있다. 이 역사적 갈림길에서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이 헌재 최후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한 데 힘을 실으며 헌재에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결정을 압박한 셈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는 중도층 여론을 의식, 윤 대통령에 대한 옹호나 헌재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권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다시금 윤 대통령에 대한 거리를 단숨에 좁힌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은 야당을 향해 "지금 이 순간에도 '내란몰이'를 계속하면서 정적을 제거하고 반대 목소리를 짓밟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민주당이 공수처의 불법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정황에 이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거짓 증언 회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 조작 의혹까지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형사재판 과정과 헌법재판 증언 등의 신빙성을 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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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결심공판을 언급하며 "9박 10일간 해외출장을 (함께) 가서 골프·낚시·관광하며 사진을 찍은 고 김문기 씨를 어떻게 모를 수 있나. 대학 시절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한 저 권성동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라"고 공세를 폈다.
권 원내대표는 "지록위마의 궤변", "이 대표가 늘어놓는 말들은 A부터 Z까지 다 거짓말"이라고 원색 비난하며 "이 대표 정치노선은 좌클릭도 우클릭도 아닌 오직 죄(罪)클릭"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 통과를 벼르고 있는 명태균특검법 문제와 관련, 권 원내대표는 "명태균 특검은 명태균과 민주당이 공모한 정치공작"이라며 "명태균 사건이 비상계엄의 트리거라는 주장은 한 마디로 뇌피셜 망상소설이다. 계엄의 트리거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문제이지 이 대표 마음대로 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치면 이스타항공 관련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탈북 어민 강제북송 등에 대해 검찰이 지금껏 한 번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적 없으니 이참에 '문재인 특검법'을 만들어 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해보면 어떤가. (또는) '이재명 특검법'을 만들어 '총각 사칭' 의혹부터 불법 대북송금 사건까지 싹 다 수사하면 어딴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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