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느날 큰 애가 다니던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우리 할아버지 직업은 OO다." "우리 할아버지는 OOO다."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에 대한 논쟁이었다는게 흥미롭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우리 아이가 끼어들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농부다. 농부가 얼마나 중요한 줄 알아." 그렇게 논쟁은 끝났단다.
우리는 목축보다는 농업의 시대를 살아왔다. 대부분의 직업은 농부였다. "전통적인 농업에서는 늘 자연재해에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 기도하고, 열심히 일하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극복해야만 한다."
농업의 시대는 식물의 시대이기도 했다. 동물이 지배하는 세상 같지만 여전히 식물은 세상을 지배한다. "우리 인간은 여전히 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의 과거는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현재도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그 100가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 이름이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다. 100가지의 식물을 통해 100가지의 문화사를 펼쳐보인다.
'완두' 편에서는 완두콩이 보여주는 유전법칙의 비밀을 설명한다. 멘델 수도사가 빠질 리 없다. 그는 어릴 때 과학과 수학에 뛰어났다. 하지만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라서 생계 걱정이 없는 수도사가 되었다.
"그는 유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쥐를 연구했다. 그러나 수도원장은 수도사가 하루 종일 쥐의 번식을 연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멘델은 유전을 결정하는 원칙이 동물이나 식물이나 같다고 추측하면서 연구 대상을 식물로 바꾸었다. 그의 추측은 옳았다. 멘델은 유전 법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에게 설명해냈다."
'풀'도 하나의 주제다. "인간은 풀밭에서 사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우리 인간은 맨 처음 아프리카 대초원을 거닌 이후 400만여 년 동안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풀에 대해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풀밭은 인류가 시작된 곳이다. 우리가 돌아갈 곳이다."
베란다에서 화분을 키우다 시들고 나면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운명을 생각할 때가 있다. 영 죄송스럽다. 또 한가지 잡념은 폭력과 지배에 익숙한 인간이 동물성을 버리고 좀 더 식물성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상념도 있다. 여성과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첫째 아이 덕분에 자연과학 책을 좀 더 가까이 하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특별히 출판사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책이 하나 있다. 왜 우리에게는 올리브에 대한 좋은 책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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