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정도로 예상되는 탄핵 심판은 대통령 파면으로 결론날 것이다. 반대의 상황을 상정할 수 없는 이유는 대한민국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윤석열을 지지하는 층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고 있지만, 그의 리더십은 사실상 소멸했다.
그럼에도 강성 우파라는 말로 표현되는 극렬 성향의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고무된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를 부정하는 듯한 반법치주의적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이들이 체포영장 집행 때의 한남동 관저 집회도 모자라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항의 데모를 하는 광경은 국민의힘이 더 이상 정통 보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권영세 국힘 비대위원장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과도한 조치"라면서도 계엄 당시 "국회에 있었어도 계엄해제 표결에 불참했을 것"이라는 형용모순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이 처한 이율배반적 위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12·3 비상계엄 이후 전개되는 양상은 과연 우리 사회가 민주공화정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들 정도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이들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논리들의 공격성과 반민주적 선동, 궤변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곧 이어질 대선 국면과 이후의 상황들이다. 국민의힘의 행태는 사실상 대선을 포기한 정당이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반중 정서를 노골화하고 시대착오적 반공주의로 무장한 자들에게 포획된 정당이 과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도층에서는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고 정권교체 여론이 월등히 높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외관에서 나타나는 탄핵 반대와 보수 집회를 보고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당내에 존재하던 소수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국민에게 야당의 행태를 알리려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발동한 게 왜 내란이냐"는 논리 앞에 말을 잃는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언어를 그대로 빌린다면) '입법 농단, 탄핵 농단, 예산 농단'을 헌법 77조의 계엄 선포 요건 중에 있는 국가비상사태로 대입하는 논리를 개발해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보다 더한 궤변이 있는가.
한 술 더 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내란 혐의가 야당의 '탄핵 공작', '내란 프레임'에 의해 조작됐다는 새로운 교범을 창출해냈다. 야당의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평화적 계엄이며, 합법적 계엄이라는 극단적 논리도 개발했다.
탄핵 정국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극우적 사고가 성숙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진정한 보수는 숨을 죽인 채 극우 성향의 사고가 보수를 대체하고 있다. 대립구도는 단순히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의 한계를 넘었다.
정치 양극화는 보수와 진보의 양대 진영이 최소한의 이성적 토대에서 자신의 주장을 과하게 펼치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반헌정주의적 모습은 단순한 진영 대립의 차원을 넘는다. 이런 이데올로기적 환경에서 민주공화정의 헌정주의를 논하는 것은 무망하다.
윤 대통령은 본래 극우니 보수니 하는 이데올로기적 성향과는 무관한 검사일 뿐이었다. 강성 우파의 무리를 상징하는 태극기 세력은 반공주의와 반중 정서, 친일 논리로 무장하고 있는 왜곡된 뉴라이트의 기반 위에 서 있다. 보수 이념을 대표하는 차원을 넘어 극우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있다.
이의 연장에서 드디어 이 세력이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한 건 참으로 우려스럽다. 태극기로 상징되는 세력은 윤석열의 계엄 행위가 위헌 불법이었는지 여부 따위는 관심이 없다. 윤 대통령을 극우의 구심으로 생각하고, 윤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이 탄핵돼 파면되더라도 극우의 중심이 되겠다는 망상과 자기최면에 갇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극우와 윤석열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합하여 상호악순환의 구조를 끊임없이 확대 생산하는 폭력적 구조가 지금의 상황이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계급의 성격을 띠는 전통적 좌파와 우파의 이념 정책의 대치를 넘어선 현재의 대립 구도가 관리되지 않으면 공동체는 언제든지 정치적 격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조장하는 무리가 바로 국민의힘이다. 이들은 한동훈 전 대표 사퇴 이후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있다. 법원에 대한 폭도들의 공격과 난입도 모자라 헌재까지 물리적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부추기고 있는 무리들이 바로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반법치주의와 무정부주의가 언제든지 발호할 수 있는 토양이 숙성돼 있다는 걸 이번 계엄 이후의 극우 집회들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화 이후 극심한 정치 대결 구도에서도 실체적·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져온 게 비상계엄 발동 두 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이끌어낸 저력이지만, 반면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매일매일 상황이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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