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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보수 선언'에 민주당 발칵…김경수·김부겸 등 줄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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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보수 선언'에 민주당 발칵…김경수·김부겸 등 줄비판

"비민주적·몰역사적", "기댈 곳 없는 국민에 상실감", "내 집 버리고 남의 집 가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 정당' 선언에 당 내부로부터 비판 목소리가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최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중도층을 공략하던 이 대표는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주장, 당 정체성 논쟁을 자초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19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과 조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지금 보수냐, 진보냐 나누고 이념논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유능한 민주개혁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강령에도 '정의로운 나라',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통합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늘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정당이기도 했다"고 짚었다.

김 전 지사는 "우리 민주당은 오랜 시간 일관되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왔고, 그 기반 위에서 성장과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중산층으로 걱정없이 살 수 있게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며 "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중도보수층 국민의 지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유능한 민주당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저는 이미 지난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우리 민주당이 '중도보수정당'이라고 선언했다"며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의 선언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했다. 앞서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오며 전날에는 "다양성과 민주성, 포용성이 사라진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 70년 자랑스런 전통을 가진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이라며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친문계 중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중도보수의 길로 가야한다는 것은 내 집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정당' 선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정당의 노선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신뢰의 문제"라며 "최근 민주당의 감세를 비롯한 신성장주의 태도는 청년과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허탈함과 박탈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중도 보수 정당의 표방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도 보수 정당을 표방하는 것이 선거 전략으로 유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장의 전략보다 중요한 건 민주당의 노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다. 기댈 곳이 없다는 상실감은 민주당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청년세대에 속하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대표께 묻는다"며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건가. 믿을 수 없다. 비판하고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는 어제 발언 취소하셔야 한다.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해야 한다"고도 강조하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무릎 아래 있지 않다. 민주당의 도도한 역사는 당신의 욕망에 굴복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 민주당 의원님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노선이 중도진보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헌정주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행복을 향유하기를 바라는 상식적인 진보의 가치가 이재명 대표에 의해 소각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비명계 정치인 모임 '초일회'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당대표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숙의과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당을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는 게 참 놀랍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중도보수이면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보수를 이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며 "이처럼 당의 정체성을 가볍게 언급하는 것은 이 대표의 가벼운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팬덤에 기반한 당의 사당화로 무너진 민주적 정치규범과 문화를 다시 세워야 당의 분열을 막고 대선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며 "(이는) 대통령실 중심이 아니라 정당이 책임지는 정당정치와 정치의 복원을 통한 성공적인 4기 민주정부 시대를 열어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대표와 대선 후보는 구분할 필요성이 이번 상황을 통해 드러났다"며 "당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역할을 하고 대선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행보가 있는데, 그게 일치하지 않고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도 보수로 당의 정체성을 정립하자는 게 논의되지 않았고, 민주당내 의원들이 중도 보수라고 하면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 발언은 대선 후보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는 전술적 필요에 따른 행보일 수 있다"면서도 "민주당의 지향은 진보적인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정당' 선언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나 친명(親이재명) 그룹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고는 있지만, 흔쾌하지 않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정치적인 이념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 스탠스가 맞다"면서도 "그런데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진 의장은 "이재명 대표도 과거에 그렇게 말씀하신 바 있고, 저 역시도 민주당이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또 진보적인 대중정당으로 발전해나가야 된다라고 하는 지향은 가지고 있다"며 특히 민주당이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적 현 시점, 현 수준이 합리적 보수나 중도보수라고 이야기될 수 있는 곳까지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분명하게 갖고 있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식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럽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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