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 장관이 주도하는 연방정부 공무원 감축이 곳곳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항공기 안전을 담당하는 연방항공청(FAA) 직원 수백명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핵무기 관리자를 해고했다가 복직시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직후 또 다시 이같은 해고 조치가 이뤄지면서 정부 인력 관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 D.C. 상공에서 치명적인 추락 사고가 발생해 연방항공청의 인력 부족이 드러난 지 몇 주 만에 기관의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스페로 미 노동조합 산하 항공 안전 전문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은 이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FAA의 인력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인력 배치 결정은 개별 기관의 임무 필요에 따라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 안전에 있어서 위험하다. 특히 지난달 세 건의 치명적인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1월 29일 아메리칸항공의 여객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공중에서 충돌해 여객기 승객 및 승무원 64명과 헬기에 탑승한 군인 3명 등 67명이 모두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에게 "헌신과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사고가 "FAA의 다양성 정책 추진으로 인해 중증 지적·정신 장애인을 고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해 '다양성 정책'을 추진했던 전임 정부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나는 안전을 가장 우선시 한다. 오바마(전 대통령)와 바이든, 민주당은 (안전이 아니라 다양성) 정책을 가장 앞에 뒀다"며 다양성 정책을 비난했지만, 정작 트럼프 정부가 해고 통보를 한 FAA 직원 중의 상당수는 항공 안전과 관련이 있는 인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전문 노조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약 300명의 FAA 직원이 이메일로 해고 통지서를 받았는데, 여기에는 정비사, 항공 정보 전문가, 환경 보호 전문가, 항공 안전 보조원, 관리 및 프로그램 보조원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번 해고가 적어진 인력의 업무량을 늘리는 '성급한 결정'이라면서, 워싱턴 추락 사고를 포함해 몇 주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인력을 감축할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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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 직원 해고와 관련해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4만 5000명의 직원 중 400명 미만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400명 미만이 해고되었고, 모두 시범 기간이었다. 즉, 채용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항공 교통 관제사와 중요 안전 인력은 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 해고된 인력이 어떤 직책을 맡았었는지,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FAA와 교통부는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더피 장관에 따르면 머스크 정부효율부 장관의 감축팀이 FAA의 항공 교통 관제 사령부를 방문한 날 해고 사실이 공개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FAA는 목표 인력 수준에 약 3500명의 관제사가 부족한 상태"라며 민주당의 마리아 캔트웰 미 상원의원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캔트웰 의원은 "FAA는 이미 800명의 기술자가 부족하다"라며 "이번 해고는 지난달 4건의 치명적인 추락사고 이후 불필요한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교통부는 FAA가 “계속해서 항공 교통 관제사와 안전 전문가, 정비사 및 그들을 지원하는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고 더피 장관 역시 "(트럼프 정부가) 우리의 2차 세계 대전 시대의 낡은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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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머스크가 사적인 이유로 FAA를 손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NBC 방송에 따르면 FAA는 머스크의 회사인 스페이스엑스(SpaceX)를 규제하고 있다. FAA는 지난해 스페이스엑스에 대한 면허 및 안전 위반 혐의로 민사상 벌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고, 머스크는 이에 대해 고소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방송은 "머스크 회사에 대한 FAA의 감독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1월 중순 스페이스엑스 로켓 폭발로 수십 대의 항공편이 영향을 받았고 파편이 카리브해로 날아갔다. FAA는 스페이스엑스에 사고 조사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연방 정부 공무원 해고는 앞서 핵무기 관리자를 해고했다가 복직을 시도하면서 상당한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 13일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부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속기관인 국가핵안전청(NNSA) 소속 직원 1800명 중 300여명을 해고했다.
이들 역시 FAA의 해고 대상자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시작한지 1~2년 밖에 안된 직원들이었는데, 이들이 속한 기관은 핵무기 관리감독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다음날인 14일부터 해고 취소와 복직을 추진했지만, 해고 대상자의 상당수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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