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가운데, 그 여파로 간호사 10명 중 7명이 간호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병원 노동자의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설문조사에 응한 진료지원 간호사 10명 중 6명도 '구분 없는 업무 전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건강이 악화됐다'는 병원 노동자도 전체의 60%를 넘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시민건강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자 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에서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 중 480명은 간호사였고, 368명은 비간호 직군 노동자였다. 간호사 응답자 중 402명은 일반 간호사, 78명은 진료지원(PA) 간호사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 이탈 후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벗어난 추가 업무가 늘었나'라는 질문에 간호사 중 69.7%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감소했다'는 답은 0.4%, '변화 없다'는 답은 29.9%였다. '의사 ID를 이용한 대리 처방'에 대해서도 간호사 중 44.9%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감소했다'는 답은 0.6%, '변화 없다'는 답은 54.5%였다.
의료현장에서 의사 업무를 대리·보조하는 진료지원 간호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진료지원 간호사 중 58.7%가 '진료지원 업무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구분 없는 업무 전가(55.6%)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 부재(37.8%) △부당한 업무 요구(31.1%) △과도한 업무량(28.9%) △업무 난이도 상승(22.2%) 등이었다.
전체 병원 노동자 중 61.9%는 전공의 집단 이탈 뒤 '새로운 건강 문제가 생기거나 기존 건강 문제가 악화됐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근골격계질환(23%) △수면장애(22.2%) △위장관질환(11.2%) △불안장애·우울증(10.5%) 등이었다.
'전공의 집단 이탈 뒤 환자 안전사고가 늘었나'라는 질문에는 간호사 응답자 32.4%가 '동의'했다. '부동의' 응답은 22.4%, '보통'이라는 답은 45.1%였다. 환자안전사고가 늘었다고 답한 간호사들은 △체계적 교육 없이 전공의 업무 전가(59.8%) △구두 처방 증가(34.1%) △담당 교수와 직접 소통 어려움(34.1%) △대리 처방 증가(29%) △부서·직종 간 업무 구분 모호함(22%) 등을 환자 안전사고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병원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요구안을 정리 중"이라며 "대선 기간에 각 후보들에게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고, 하반기에도 한국 의료를 바로잡고 병원 노동자 착취 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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