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면회 온 국민의힘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 변론하기를 잘했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했다는 말처럼 "헌재에 나가보니까 이런 식으로 곡해가 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돼 잘 한 결정"이라고 한다니 '소기의 성과'는 의도한 대로 거둔 것 같다.
윤 대통령과 변호인측의 적극적(?)인 변론의 영향으로 '바이든-날리면'처럼 '계엄령이 계몽령'으로 둔갑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고 윤 대통령조차 변론에서 "두 시간 짜리 '장난 같은 계엄'이어서'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왜 '난리법석'이냐는 식의 말로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윤 대통령의 적극 변론 여파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자극해 너도나도 '접견정치'에 나서게 만들었고, 심지어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옥중정치'를 통해 경찰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좌파는 카르텔을 강력히 형성하고 집요하게 싸우는데 우리는 모래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당부는 그를 추종하는 '애국시민'들의 응집력을 끌어내 대구에서 5만 명, 계엄의 상처가 깊은 광주에서도 1만 명이 모이는 탄핵반대집회로 날로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 변론은 헌법 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 흔들기'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기관의 분쟁을 해결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헌재는 헌법으로부터 오히려 도망 다니는 '헌법도망소'의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또한 '막말잔치'의 연속이다.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나경원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국정 마비의 공동 정범으로 편향적이고 불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헌법 파괴자'로 전락했다"고 주장했고 울산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 악당이며 헌법재판소가 한마디로 '인민재판소'가 됐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김기현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헌법 X판소'"라고 표현했다.
탄핵심판 결정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내란의 책임'은 사라지고 '막가파식' 발언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혀 있었다는 "수거", "500여 명 수집",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의 내용은 듣기만 해도 끔찍하다.
'시민의 힘'과 국회(국민의힘은 18명 참석)의 신속한 계엄해제의결로 실패로 막을 내린 '12.3내란'이 성공했었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윤석열 정권에 각을 세우던 정치인들을 비롯해 언론인 등 수첩에 실려 있는 인사들은 물론 다수의 비판세력은 '수거'돼 어디론가 사라졌거나 감옥에 들어가 있고 가만히 있던 국민들은 '국민계몽집회'에 강제 동원돼 '독재자 윤석열'을 열렬히 찬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원한 재야(在野)로 존경받던 고 장기표선생은 지난 2020년 1월, 한 신문에 '어둠이 깊으니 새벽이 밝아 오리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절대 망한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밝아 온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라고 말했다.
장기표 선생은 그 글의 말미에서 "대안세력의 유무는 문재인정권이 끝났을 때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정권을 끝장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을 위한 '대안세력'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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