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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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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똥’ 이야기

일반적으로 학자가 똥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변소라는 말도 잘 쓰지 않고 화장실, 해우소, 측간(廁間) 등으로 일러 왔다. 이런 것을 완곡어법이라고 한다. 말하기 불편한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어법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의외로 ‘똥’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 사실은 이 글도 ‘불똥’이 튀었다는 말에서 생각이 나서 쓰기 시작하였다. 불똥 외에도 별똥(별똥별=유성), 애기똥풀, 똥강아지 등은 모두 그리 지저분한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똥에 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똥’이라는 단어는 15세기 표기에도 나온다. 원래는 ‘ㅅ+ㄷ=ㄸ’으로 되어 있는데, 요즘 신문사의 사정이 고어를 표기할 수 없어서, 그냥 ‘ㄸ’으로 쓰기로 한다. <훈몽자회>라는 책을 보면 ‘똥 糞(분)’이라고 나타나 있다. 또 말(역시 ㅁ+ ‧ + ㄹ)이라는 표기도 있다. “차반을 먹거도 자연히 스러 말 보기를 아니 하며(<월인천강지곡1> 26)에 나타난 ‘말’도 ‘糞(분), 屎(시)’로 나타나 있다. 그런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똥’과 ‘말’을 같이 썼던 것으로 본다. 이러한 ‘똥’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으로 소급된다. ‘돋>돌>도>또>똥’으로 변화한 것이다.(<서정범, <새우리말 어원사전>) ‘똥’을 ‘지지(汚더러울(오)’라고 하는데, 평안도 방언에서 ‘띠, 지(糞(분)’라고 하는데, 우리말에서 어린아이들의 용어로 더러운 것을 ‘지지’라고 하는 것이 여기에 근거한다고 본다.

이제 ‘똥’의 개념과 각종 합성어를 살펴보자. 우선 사전적 개념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난 뒤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는 찌꺼기’이다. 그 외에서 ‘쇠붙이가 녹았을 때 나오는 찌꺼기’도 있고, ‘먹물이 말라붙어 생긴 자국’도 ‘똥’이라고 한다. 화투 놀이를 할 때 ‘십일월을 나타내는 끗수로 열한 끗을 나타내는 패인 오동을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유의어로는 ‘분변(糞便)’, ‘대변(大便)’이 있는데, 대변과 소변으로 나누는 것은 일본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똥’과 관련된 단어들은 상당히 많이 있는데, 앞에 열거한 몇 가지만 살펴 보기로 하자. 우선 많이 쓰는 것이 ‘불똥’이다. 원래는 ‘불에 타들어 가는 물체에서 튀는 작은 불덩이’를 이르는 말인데, 요즘은 모닥불도 정한 곳에서만 피울 수 있기 때문에 불똥을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이 ‘불똥이 튀다’이다. ‘사건이나 말썽의 꼬투리가 엉뚱한 사람에게 미쳐 화를 입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불똥이 떨어지다’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다급한 일을 당했을 때’ 쓰는 말이다.

별똥이라는 말도 있다. ‘유성을 다른 말로 별똥(별)이라고 한다. 하필이면 ‘별의 똥’이라고 표현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벽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이 마치 ‘별이 똥을 누는 것’으로 묘사한 선조들의 해학이 재미있다.

요즘은 ‘급똥’이라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어디를 가는데 급하게 설사가 나올 때 쓰는 말이다. 얼굴이 노랗게 될 정도로 참기가 어려운 상황, 지나치게 예고 없이 발생하는 변의(便意 : 이럴 때 쓰는 便 자는 똥 변 자임)를 표현할 때 쓴다.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이 상태로 지속되면 곧 등재될 가능성이 있는 단어다.

그 외에 ‘똥꿈’을 꾸면 복권을 사야 하니 이것도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똥강아지’라고 하면 원래는 잡종견을 이르는 말인데, 할머니가 손주들을 귀엽게 부를 때 “아이고 내 똥강아지!”라고 한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똥손’이라고 한다.

세종시 전의면에 사는 면민인 필자는 요즘 아주 추운 날(그날은 –18,6도였다) 오수관이 막혀 변기물이 안 빠지는 매우 안 좋은 경험을 했다. 이틀 동안 참으로 오랜만에 매우통(예전에 궁중에서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대변기, 부르기 좋게 ’매화틀‘이라고도 함)에 일을 봐야 했다. 결국 녹이고 수리하는데 50만 원 들었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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